‘룰러’ 박재혁의 여눈 루시안

‘룰러’ 박재혁의 여눈 루시안

루시안은 선수의 개인 기량만 뒷받침이 된다면 일방적인 딜 교환이 가능한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다. 파트너의 공격 사거리와 이동 속도를 향상시키고, 기본 공격에 추가 대미지 효과를 불어넣는 밀리오와 세트로 기용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더욱 그런 장점이 부각된다. 다막 스킬의 마나 소모량이 커 잦은 딜 교환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루시안은 선수의 개인 기량만 뒷받침이 된다면 일방적인 딜 교환이 가능한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다. 파트너의 공격 사거리와 이동 속도를 향상시키고, 기본 공격에 추가 대미지 효과를 불어넣는 밀리오와 세트로 기용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더욱 그런 장점이 부각된다.

다막 스킬의 마나 소모량이 커 잦은 딜 교환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한 번의 딜 특히 마나 관리가 어려운 라인전 초반 단계에는 더욱 그렇다. 선마스터를 해야 하는 꿰뚫는 빛(Q)이 레벨당 48, 56, 64, 72, 80의 마나를 필요로 한다. 타는 불길(W)은 60, 끈질긴 추격(E)은 1레벨에 32의 마나가 필요하다. 루시안은 1레벨에 320의 마나를 보유하고 있다.

13일 열린 젠지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2026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 1세트에서 ‘룰러’ 박재혁이 선보인 아이템 트리는 그동안 축적됐던 프로들의 루시안·밀리오 라인전 데이터를 뒤바꿀까. 그는 3분경, 3레벨에 귀환한 뒤 가지고 있던 750골드를 전부 털어 롱소드(350골드)와 여신의 눈물(400골드)을 샀다.

루시안·밀리오 조합은 1코어 이후부터 힘이 확 올라온다. 루시안의 첫 코어 정수 약탈자의 공격력과 스킬 가속, 치명타 확률 증가 등도 좋은 옵션이지만 스킬 사용 후 기본 공격을 통한 마나 회복이 루시안의 단점인 마나 부족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갖춘 후부터는 마나 부족에 대한 부담 없이 딜 교환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박재혁은 첫 코어 이전 400골드를 여신의 눈물에 투자했다. 정수 약탈자의 구매 타이밍을 뒤로 늦추는 선택이다. 하지만 박재혁은 루시안의 초반 단계 딜 교환을 위해 여신의 눈물 구매를 정수 약탈자 완성보다 우선 순위로 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이날 젠지 바텀 듀오는 1세트에서 여신의 눈물이 가진 추가 마나를 이용해 게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스킬을 사용한 딜 교환에 나섰다.

박재혁이 직접 우승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아이템 트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루시안을 할 때 정수 약탈자가 뜨기 전엔 마나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마나가 있어야 라인전에서 딜 교환 각을 볼 수 있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산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다음에 코어 아이템이 나오면 바로 팔고 하위 아이템을 살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재혁은 22분경 3코어 아이템인 도미닉 경의 인사 하위 아이템인 절정의 화살을 구매할 때가 돼서야 여신의 눈물을 팔았다.

OP.GG에 등록된 박재혁의 4주 전, 2주 전 솔로 랭크 루시안 빌드 데이터.
OP.GG에 등록된 박재혁의 4주 전, 2주 전 솔로 랭크 루시안 빌드 데이터.

박재혁의 솔로 랭크 기록을 보면 그는 약 1달 전부터 이 아이템 트리를 연구해온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8월 중순 솔로 랭크 게임에서 처음으로 여신의 눈물 아이템 트리를 썼다. 이후 기존의 정수 약탈자 빌드업과 여신의 눈물 아이템 트리를 번갈아 써보면서 성능을 테스트했다.

그가 결승전에서 보조 빌드의 룬으로 침착이 아닌 승전보를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통상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은 루시안의 부족한 초반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 침착을 선택한다. 박재혁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날은 승전보를 선택했다. 마나가 부족하지 않다면 한타 상황에서 체력 회복을 도와주고, 추가 골드까지 주는 승전보가 더 매력적인 옵션이다.

여신의 눈물을 산 덕분에 패배한 게임에서도 분전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의 신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연구와 발전 의지다. 박재혁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겪었던 슬럼프와 관련해 “그럼에도 계속해서 열심히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까 점점 실력이 돌아오는 걸 느꼈고, 결국 오늘 우승하고 파이널 MVP로도 뽑혔다”면서 “누구에게나 부진의 시기는 찾아오지만, 다시 빛을 볼 날도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의 시간은 챔피언의 아이템 트리와 룬 하나하나 고민하고, 바꿔본 지난 수 개월이었을 것이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