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점쯤 와 있는 배구 인생... 끝까지 파워 넘치는 실바이고 싶다”

“23점쯤 와 있는 배구 인생... 끝까지 파워 넘치는 실바이고 싶다”

지난 시즌 여자 배구 GS칼텍스 우승 이끈 지젤 실바 인터뷰 3줄 요약 ㆍV리그 최초 3시즌 연속 1000득점 이상 기록 ㆍ새 동료 타나차 합류로 공격 부담 덜어 ㆍ남편의 희생과 뒷받침으로 선수 생활 이어와 어린 시절 모델을 꿈꿨던 지젤 실바는 다양한 포즈를 소화하며 활짝 웃었다. / GS 칼텍스 “제 배구 인생을 25점...

지난 시즌 여자 배구 GS칼텍스 우승 이끈 지젤 실바 인터뷰

3줄 요약

ㆍV리그 최초 3시즌 연속 1000득점 이상 기록

ㆍ새 동료 타나차 합류로 공격 부담 덜어

ㆍ남편의 희생과 뒷받침으로 선수 생활 이어와

어린 시절 모델을 꿈꿨던 지젤 실바는 다양한 포즈를 소화하며 활짝 웃었다. / GS 칼텍스
어린 시절 모델을 꿈꿨던 지젤 실바는 다양한 포즈를 소화하며 활짝 웃었다. / GS 칼텍스

“제 배구 인생을 25점짜리 한 세트에 비유한다면요? 저는 23점쯤 온 것 같아요.”

지난 시즌 GS칼텍스의 우승을 이끌고 V리그 정규리그 여자부 MVP와 챔피언전 MVP를 석권한 지젤 실바(35·쿠바)는 자신의 배구 커리어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3점’이라고 해서 마지막을 준비하며 힘을 뺀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마지막 점수를 따내는 순간까지 지금의 힘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싶다고 했다.

“프로 선수는 몸으로 일하는 직업이잖아요. 예전과 같은 파워를 보여줄 수 없어 벤치를 지켜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물러나야겠죠. 지금과 같은 에너지와 파워를 보여주면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승리를 위해 달려드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줘야죠.”

실바는 현재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여자 배구 아스테모 리발레 훈련장에서 만난 실바는 한 구단에서 네 시즌을 보내는 V리그 최초의 외국인 선수라는 사실에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며 배구를 해온 실바에게 GS칼텍스는 특별한 팀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전처럼 한 시즌을 보낸 뒤 새로운 나라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할 수도 있었지만 실바는 한국에서 한 시즌을 보내고 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또 짐을 싸 낯선 나라로 떠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기보다는 자신과 가족 모두 편안함을 느끼는 곳에 머물고 싶었다. 특히 딸 시아나(6)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해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지젤 실바는 GS칼텍스에서 3시즌을 뛰며 매 시즌 1000점을 넘겼다. /GS칼텍스
지젤 실바는 GS칼텍스에서 3시즌을 뛰며 매 시즌 1000점을 넘겼다. /GS칼텍스

실바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200차례 공격을 시도하고도 50%가 넘는 성공률(50.63%)을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GS칼텍스의 6전 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만성적인 무릎 통증을 안고도 6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올리며 팀에 값진 트로피를 안겼지만, 그는 우승이 자신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라고 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답을 찾아 우승을 이뤄낸 팀원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동료들이 저를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새 시즌을 앞두고도 팀을 향한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정상에 설 수 있다고 믿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실바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감이죠. 우리는 지난 시즌에 해냈잖아요. 그런데 이번 시즌이라고 왜 못하겠어요. 코트에 들어가는 선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다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동료들이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그게 눈에 보입니다.”

올 시즌 실바에게는 든든한 새 동료도 생겼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편 네트에 서 있던 타나차 쑥솟(26·태국)이다. 태국 대표팀 아웃사이드 히터 출신으로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뛴 타나차는 올 시즌 아시아쿼터로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실바는 지난 챔피언전에서 타나차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렇게 치열하게 맞붙었던 선수가 같은 팀이 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실바는 “재미있겠다”는 생각부터 했다고 한다.

“타나차가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매섭잖아요. 서로 ‘케미’가 잘 맞아 팬들이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타나차는 실바에게 쏠린 공격 부담을 덜어줄 카드이기도 하다. 상대 수비가 실바를 집중 견제할 때 타나차가 반대편에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준다면 GS칼텍스의 공격도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

지난 시즌 챔프전 3차전에서 스파이크를 때리는 실바. / 뉴스1
지난 시즌 챔프전 3차전에서 스파이크를 때리는 실바. / 뉴스1

실바 하면 떠오르는 숫자는 ‘1000’이다. 그는 V리그 최초로 3시즌 연속 1000득점 이상을 올렸다. 대단한 기록이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GS칼텍스의 공격이 실바에게 크게 의존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00점이요? 제가 1000점을 올리는 게 팀으로 봤을 때 완벽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 기록에는 제 자부심이 담겨 있습니다. 강인한 신체와 정신력으로 한 시즌을 버텨내며 쌓아올린 숫자니까요.”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실바가 많은 공격을 책임지는 건 사실이지만, 성공률이 50%에 육박할 만큼 효율이 높았다”며 “확률 높은 공격을 살리는 것이 승리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바의 선수 인생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힘은 가족이다. 세계 곳곳을 옮겨 다녀야 하는 엄마 선수에게 육아와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시간을 가능하게 해준 사람이 남편 루이스다.

“남편의 삶은 180도 달라졌어요. 제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삶보다 제 선수 생활을 우선해준 거죠. 남편의 희생과 뒷받침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오지 못했을 거예요.” 자신이 코트에서 온전히 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의 존재 덕분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일본 히타치나카 훈련장의 실바. / GS칼텍스
지난 11일 일본 히타치나카 훈련장의 실바. / GS칼텍스

새 시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실바에게 V리그 팬들의 기억에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망설임 없이 답은 돌아왔다.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 끝까지 싸웠던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