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남았는데 1라운드도 안갯속…최지만까지 뛰어든 KBO 신인드래프트

열흘 남았는데 1라운드도 안갯속…최지만까지 뛰어든 KBO 신인드래프트

지난해 9월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이 허구연 KBO 총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스12027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예상 후보'를 꼽아달라는 기자의 말에 한 구단 스카우트 팀장이 들려준 답이다. 이상한 일이다....

지난해 9월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이 허구연 KBO 총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스1
지난해 9월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이 허구연 KBO 총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스1

2027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예상 후보'를 꼽아달라는 기자의 말에 한 구단 스카우트 팀장이 들려준 답이다. 이상한 일이다. 이제 신인드래프트까지 고작 열흘 정도 남은 시점인데 2라운드, 3라운드는커녕 1라운드 전망도 여전히 안갯속이니 말이다. 보통 이맘때면 1라운드에서 어떤 선수들이 지명받을지는 물론, 어느 팀이 누굴 지명할지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게 마련인데 올해는 팀과 선수의 매치업은 고사하고 1라운드에 누가 뽑힐지도 불확실하다.

부산고의 투타겸업 에이스 하현승이 99.999% 확률로 전체 1순위 키움 히어로즈 지명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서울고의 거포 내야수 김지우가 거의 90% 확률로 2순위 두산 베어스에 지명받을 거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 뒤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올해 드래프트에 나올 아마추어 선수들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예년만 못한 게 첫째 원인이다. A구단 스카우트는 "지난 3~4년간 신인 선수풀이 워낙 좋았던 게 사실이다. 2년 전 같은 경우 웬만한 투수는 다 140㎞/h를 던지고 150㎞/h를 던지는 투수가 웬만한 학교엔 한 명씩 있을 정도로 좋은 선수가 많았다"면서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올해 선수층이 다소 약해 보이는 면이 있다"고 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올해는 최고구속이 140㎞/h 중반 수준인데 1·2라운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선수도 있다. 150㎞/h를 비공식 경기에서 던졌다고는 하는데 막상 전국대회에서는 그만한 구속이 나오지 않거나, 150㎞/h를 던지긴 하는데 죄다 볼인 경우도 있다. 볼 스피드가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정성적으로 선수 수준이 떨어진 건 맞다"고 했다. C구단 관계자는 "2학년 때 워낙 잘해서 3학년이 되면 초대형 유망주로 성장할 거라고 기대했던 선수들이 있었는데, 이 중에 3학년이 돼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인 선수가 많다.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보니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예상보다 많아

국외 진출 선수가 예년보다 많아진 것도 스카우트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뉴욕 양키스로부터 300만달러 제안을 받은 하현승, 170만달러 계약을 제안받았다는 김지우가 국내 잔류를 선택했지만 엄준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박찬민(필라델피아 필리스)이라는 1라운드 최상위 지명 대상자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기에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2라운드 이상 지명도 가능했을 서울컨벤션고 내야수 남현우(디트로이트 타이거스)도 미국행. 그 외 청담고 외야수 신희주, 장충고 투수 권시우, 라온고 내야수 조성철까지 벌써 미국행이 확정된 선수만 6명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가 총 1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제2의 미국행 러시라 할 만하다.

국제 아마추어 유망주 계약금 한도를 미처 다 소진하지 못한 미국 구단들이 일본에 비하면 미국행에 열려 있고 대만에 비하면 선수 수준이 높은 한국 고교야구 유망주들을 집중 표적으로 삼으면서, 국내 구단들이 뽑을 유망주가 하나둘씩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A구단 스카우트는 "만약 엄준상, 박찬민 중 하나만 남았다고 했어도 드래프트 판도가 이렇게 불확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매년 드래프트 때마다 구단들이 골머리를 앓는 학교폭력 문제도 수면 아래에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1라운드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지방 고교 유망주 중에 최소 3명이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정보가 구단들 사이에 공유되는 가운데, 이에 상당수의 구단이 해당 선수들을 지명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구단 스카우트는 "해당 선수 측이나 학교에서는 합의가 이뤄졌다거나 피해 학생 쪽의 각서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다른 문제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지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이나 모기업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구단이 두 군데 있으니 거기서 지명하지 않겠나"라면서 "우리 팀은 모기업 때문에라도 지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신인드래프트와 스카우트 업무에서 구단들의 비밀주의 경향이 갈수록 강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C구단 관계자는 "원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드래프트를 앞두고 구단들끼리 1라운드 지명자는 서로 공유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했다. 1라운드 지명은 단장 선을 넘어 대표이사와 모기업 보고까지 이뤄져야 하는 중요 사안이다 보니 구단들이 편의를 위해 사전에 공유해온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몇 해 전 수도권 한 구단에서 이 관행을 깨고 드래프트 당일까지 지명자를 알려주지 않으면서 마찰을 빚었고, 이후 다른 구단들도 1라운드 지명자를 공유하지 않게 되면서 '뉴 노멀'이 확립됐다. D구단 스카우트는 "이제는 드래프트 당일이 돼도 힌트도 주지 않는다. 앞에서 누굴 지명할지 알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신인드래프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여론의 입김이 커진 것도 비밀주의에 한몫한다. C구단 관계자는 "지명을 앞두고 어떤 구단이 ㄱ 선수를 뽑는다는 기사가 나오면 팬들이 난리가 난다. 반대로 ㄴ 선수를 뽑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면 그것대로 또 뒤집어진다"면서 "물론 구단의 주요 의사결정이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마지막 순간에야 결정할 듯

이렇다 보니 올해도 구단들은 드래프트가 열리는 9월 21일 당일까지 장고에 장고를,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뒤 마지막 순간에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특히 드래프트를 앞두고 9월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소년대표팀에는 부상으로 이탈한 김지우를 제외하면 상위 지명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기존 주말리그나 전국대회 성적은 최약체 팀들이 섞여 있다 보니 상위레벨 선수들의 성적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면이 있는데, 국제대회에서는 일본과 대만 등 강팀을 상대로 선수의 진짜 기량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라운드 지명자를 고민 중인 C구단 관계자는 "가장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보려고 한다. 정상급 선수와 붙었을 때 보여주는 경기력,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의 집중력은 물론 리더십, 훈련 태도도 지켜볼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청소년대회엔 10개 구단 전체가 스카우트 인력을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B구단 스카우트는 "NC처럼 4명의 스카우트 전원이 온 팀도 있고 한 명만 파견한 팀도 있다. 이종열 삼성 단장 등 구단 고위 인사도 현장을 찾았다"면서 "13일 결승까지 지켜본 뒤 귀국하면, 대회에서 관찰한 정보를 취합해서 본격적인 지명 대비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에도 대표팀에서의 맹활약으로 지명 순번을 끌어올린 선수가 있었고, 청소년대표팀 경기를 직접 관전한 결정권자가 드래프트 직전 마음을 바꾼 사례도 있었던 만큼, 이번 아시아청소년대회가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1라운드 유력 선수는 5명, 최지만도 유력

일단 9월 9일 기준 현재까지 1라운드 지명이 확실시되는 고교 유망주는 5명 정도다. 키움의 1순위 지명이 확실한 하현승은 20년 전 KIA 한기주가 세운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 기록(10억원)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야구계에서는 계약금이 15억원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두산의 2순위는 김지우가 가장 유력하다. 원래는 박근서, 이승원 등 좌완투수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김지우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 이후로는 좌완 강속구 투수 박근서(서울디자인고)와 우완 강속구 투수 윤예성(인창고), 장신 좌완투수 이승원(유신고)이 1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릴 것으로 확실시된다. D구단 스카우트는 "구단들의 최종 판단에 따라 순서가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박근서, 윤예성, 이승원은 1라운드에 반드시 이름이 불릴 것"으로 내다봤다. E구단 관계자는 "3순위 KIA가 박근서를 지명하면 4순위 롯데가 윤예성을, KIA가 윤예성을 지명하면 롯데가 박근서로 가는 식이 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울산 웨일즈에서 뛰고 있는 노장 최지만도 1라운드 중반 이후 이름이 불릴 거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E구단 관계자는 "사실 트라이아웃에서 보여준 모습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간 보여준 커리어나 기량 면에서 즉시전력감이라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다"면서 "입단 첫해 바로 20홈런을 기대할 만한 신인이 몇이나 되겠나. 1라운드 중반 지명권을 쥔 팀 중에 최지만을 선택하는 팀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특히 5순위 KT 위즈의 경우 최지만 혹은 이호민을 지명해서 타선을 강화할지, 아니면 좌완 대형 투수로 성장이 기대되는 이승원을 지명해서 팀의 약점인 좌완투수를 보강할지 마지막까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팀을 상위권으로 이끈 이강철 감독의 3년 재계약이 확실시되는 만큼, 다음 임기를 구상해야 하는 이 감독의 의견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 1라운드 후반 지명 후보로는 김민훈(광주진흥고), 곽도현(부산공고), 이현민(대구고), 이윤성(마산고) 등 각 팀 에이스 투수들의 이름이 주로 거론된다. 김민훈은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이, 곽도현은 150㎞/h에 달하는 강속구가, 이현민은 강속구 좌완이란 점과 경기 운영 능력을, 이윤성은 좌완에 150㎞/h대 힘 있는 강속구가 장점이다. 타자로는 내야 거포 이호민과 외야수 박보승, 경남고 타자 2명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름이고 그 외 노민혁(마산용마고), 우주로(대전고), 배정호(충암고) 등 전국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내야수들도 상위권 후보로 이름이 나온다.

C구단 관계자는 "1라운드 후반은 정말 예상하기 어렵다. 보통 1라운드는 투수 지명이 원칙이지만 투수 후보들의 기량이 고만고만해서 2라운드에서 비슷한 투수를 충분히 뽑을 수 있다거나 2라운드에 가서 좋은 타자를 뽑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팀이라면 1라운드에서 야수를 선택하는 팀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다른 구단의 1라운드 후보 명단에는 없었던 외야수 김주오를 깜짝 지명한 두산처럼 파격적인 선택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2라운드 이후에는 김대승(덕수고), 김민준(경동고), 김지율(충암고), 박찬희(유신고), 용석민(경동고), 임준원(강릉고), 김영준(공주고), 이세민(배명고), 지민혁(인상고) 등 고교 투수들이 상위 지명 대상자로 거론된다. 또 고교 선수들의 수준이 예년만 못한 만큼, 대학 선수 중에 2, 3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리는 선수도 예년보다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