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선 내가 최고
하드코트 최강 사발렌카, US오픈 결승행… 3연속 우승 도전아리나 사발렌카가 지난 8일 US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단단한 코트에선 ‘무적’이다. ‘하드 코트의 여왕’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가 11일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4강전...
하드코트 최강 사발렌카, US오픈 결승행… 3연속 우승 도전

단단한 코트에선 ‘무적’이다. ‘하드 코트의 여왕’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가 11일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제시카 페굴라(미국·세계 3위)를 1시간 20분 만에 2대0(7-5 6-2)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2024·2025년 이 대회 우승자인 사발렌카는 2014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12년 만에 US오픈 3연패(連覇)에 도전한다.
현 세계 1위 사발렌카는 유독 하드 코트에서 위력이 배가된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드 코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과 US오픈은 2023년부터 모두 결승에 올랐다. 통산 네 번의 메이저 우승도 모두 이 기간 하드 코트(호주오픈 2회, US오픈 2회)에서 거뒀다. 반면 잔디 코트인 윔블던, 흙(클레이) 코트인 프랑스오픈에선 단 1번 결승에 올라 준우승에 그쳤다. 사발렌카는 WTA(여자프로테니스) 투어에서 총 24차례 정상에 올랐는데, 88%(21회)가 하드 코트 대회였다.

사발렌카가 하드 코트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힘’이다. 키 182㎝, 몸무게 80㎏으로 체격이 남자 선수 못지않다. 1998년생 호랑이띠인 그는 넓은 어깨와 두툼한 팔 근육에서 나오는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로 ‘호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런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하드 코트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하드 코트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다진 바닥에 합성수지를 여러 겹 덧발라 만든다. 잔디나 흙 코트에 비해 표면이 균질하게 평평하고, 공이 예측 가능한 궤적으로 튄다. 타고난 힘이 좋은 사발렌카는 하드 코트에선 타점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자유자재로 강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것이다.
사발렌카는 이날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페굴라를 상대로 최고 시속 193㎞의 강서브를 넣는 등 에이스를 7차례 성공시키며 경기를 주도했다. 빠른 타구를 받아내느라 지친 페굴라는 2세트 후반 사발렌카의 스트로크를 놓쳐 포인트를 빼앗기자 바닥에 라켓을 집어던지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발렌카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파워를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줄넘기, 한쪽 눈 가리고 공 잡기 등 민첩성 훈련에도 공을 들인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는 남자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특이한 루틴도 있다. 지난해 윔블던을 앞두고는 남자 단식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메이저 24회 우승자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연습 경기를 했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저보다 파워가 강한 (여자) 선수와 경기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최고의 남자 선수들과 경기하면 부족한 점을 느끼고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사발렌카는 이번 US오픈 우승 트로피에 대한 열망이 남다르다. 2023년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무관’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호주오픈에선 결승에서 패배했고, 프랑스오픈 8강, 윔블던에선 16강 탈락에 그쳤다. 그는 이번 US오픈에선 주황색 속옷이 비치는 망사 의상을 입고, 시가 5억원이 넘는 목걸이·팔찌 등 보석 장신구를 하고 나와 “불필요한 논란을 부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발렌카는 US오픈 정상에 올라 자신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잠재우고 명예 회복을 하겠다는 각오다.
사발렌카의 결승 상대는 마침 올해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내줬던 세계 2위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다. 리바키나는 이날 준결승에서 2023년 US오픈 챔피언 코코 고프(미국)에게 2대1(3-6 6-4 6-4) 역전승을 거두는 등 컨디션이 최고조다. 올 시즌 랭킹 포인트를 착실히 쌓은 리바키나는 이번 대회를 마치면 사발렌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예정이다.
상대 전적에선 사발렌카가 10승 7패로 앞서지만, 결승전 맞대결에서는 리바키나가 4승 2패로 우위를 보인다. 사발렌카는 “(US오픈은) 시즌 최후의 승부 같은 느낌”이라며 “외부의 소음은 잊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