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에 더 이상 왕은 없어야”…회장 권한 분산론 제기

“FIFA에 더 이상 왕은 없어야”…회장 권한 분산론 제기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AFP[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특정 인물의 교체를 넘어 FIFA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 자체를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디애슬레틱은 최근 ‘축구는 한 명의 왕을 두기에는 너무 강력하다. FIFA 회장직을 폐지할 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AFP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AFP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특정 인물의 교체를 넘어 FIFA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 자체를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애슬레틱은 최근 ‘축구는 한 명의 왕을 두기에는 너무 강력하다. FIFA 회장직을 폐지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현재의 FIFA 회장제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판티노 회장이 월드컵 등 FIFA 주요 대회의 상업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에 외부 투자를 유치하려던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 계획을 철회한 뒤 FIFA 내부에서는 회장을 지지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인판티노 회장의 지난 10년간 운영을 지지한다며 “명확하고 안정적이며 투명한 거버넌스 모델을 기반으로 FIFA의 제도적 안정성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남미의 여러 회원국에서도 비슷한 지지 성명이 나왔다.

그러나 인판티노 회장이 추진했던 외부 투자 계획은 FIFA 평의회와 회원국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추진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계획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유럽축구연맹(UEFA)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FIFA는 이를 철회했다.

FIFA는 지난 5일 모로코에서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회의 후 FIFA는 “FIFA 평의회와 회원협회가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느끼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의사소통과 일부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인판티노 회장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디애슬레틱은 이런 상황에서도 상당수 회원국이 인판티노 회장에 조건 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FIFA 회장이 회원국에 지원금과 각종 사업, 대회 운영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에서 회원국이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요르단축구협회장인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의 최근 주장도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알리 왕자는 2025년 아랍컵 준우승 상금이 8개월 동안 지급되지 않았다면서 내년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 지급이 빨라질 수 있다는 말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사실상 ‘협박’이라고 표현했다.

디애슬레틱은 문제의 핵심이 인판티노 개인을 넘어 FIFA 회장의 구조적인 권한에 있다고 지적했다.

FIFA는 세계 211개 회원협회를 거느리고 월드컵을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를 운영한다. 막대한 상업적 수익과 각국 축구협회에 대한 지원금을 관리하는 만큼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도 크다. 회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만 권한을 견제할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칼럼의 주장이다.

최근 인판티노 회장을 둘러싼 논란도 이러한 권력 집중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봤다. 월드컵 경기 운영 방식 변경과 징계 절차에 대한 정치적 개입 논란, FIFA 사업에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려던 비공개 추진 과정, FIFA 명의의 평화상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2016년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FIFA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에는 부패 스캔들로 흔들리던 FIFA를 개혁할 인물로 평가받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회장 개인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것만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가 회장이 되느냐보다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자체를 제한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UEFA 등 6개 대륙연맹이 4년마다 돌아가며 회장을 맡는 순환제, 보다 엄격한 임기 제한, 회장을 실질적인 집행권자가 아닌 상징적인 자리로 바꾸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