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없는 EPL...한국인 0명, 일본인 8명
지난 시즌 크리스탈 팰리스의 UEFA 컨퍼런스리그 우승에 기여한 가마다 다이치. 로이터=연합뉴스 박지성이 지난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으며 열어젖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명맥이 21년 만에 끊어질 위기다. 반면 새 시즌 일본인 선수는 최소 8명에서 많게는 10명에 육박할 기세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박지성이 지난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으며 열어젖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명맥이 21년 만에 끊어질 위기다. 반면 새 시즌 일본인 선수는 최소 8명에서 많게는 10명에 육박할 기세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클럽 축구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일 양국의 선수 지형도가 일본 위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지난 시즌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 엔도 와타루(리버풀),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유나이티드) 등 4명이던 EPL의 일본인 선수는 한 해만에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사카모토 다츠히로가 코번트리 시티의 승격을 이끈 것을 비롯해 마에다 다이젠과 모리타 히데마사가 각각 승격팀 입스위치 타운과 헐시티로 이적했다. 지난 8일에는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크리스털 팰리스에 합류했다. 여기에 더해 사노 가이슈는 토트넘과 리버풀, 우에다 아야세는 에버턴과 입스위치 타운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인 선수는 전멸 위기다. 손흥민이 지난해 토트넘을 떠나 LAFC(미국)로 옮겼고,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프턴은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됐다. 양민혁(토트넘), 김지수(브렌트퍼드), 윤도영(브라이턴) 등 기대주들은 리그 1군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하거나 다른 팀으로 임대됐다 .
이처럼 양국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선수의 기량 차를 넘어 축구를 대하는 가치관과 시스템의 차이가 빚은 결과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일본인 공격수 가마다 다이치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의 고액 연봉 제안을 거절한 비화를 공개하며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로 돈보다 도전의 길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상대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중동·중국·미국 등 ‘금전적 가치’와 ‘안정적 생활’을 보장하는 무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다. 실패하더라도 돌아올 둥지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유럽행을 돕는 일본 J리그의 풍토와 대비 된다.
앞서 도전에 나섰던 선배들의 우려도 깊다. 맨유 레전드 박지성은 “일본은 유럽파만 100명이 넘는다”며“더 많은 선수가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PL 무대를 누빈 기성용은 “탄탄한 기본기에 피지컬과 근성까지 추가 장착한 일본 선수들과의 경쟁력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며 우려했다.

일본축구협회가 독일 뒤셀도르프에 거점을 두고 유럽 무대에서 도전 중인 선수들에 대해 전방위 지원을 펼칠 동안, “적극 벤치마킹하겠다”던 대한축구협회의 약속은 함흥차사다. 이와 관련해 벨기에·네덜란드·포르투갈 등의 리그에 거점 구단을 확보하고, 이를 빅 리그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일본의 단계별 진출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각각 튀르키예와 벨기에에서 경험과 자신감을 쌓으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인 오현규(베시크타쉬)와 이한범(클럽 브뤼헤)이 같은 방식으로 EPL 진출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출처: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