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욕설에 돼지머리까지…라이벌팀 이적이 부른 팬들의 분노
포르투갈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가 2015년 12월 1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라우레우스 아카데미 회원 위촉 행사에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에 사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축구에서 이적은 일상이다. 그러나 오랜 라이벌 관계에 있는 구단 사이의 이동은 다르다. 선수의 선택 하나가 이전 소속팀 팬들...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축구에서 이적은 일상이다. 그러나 오랜 라이벌 관계에 있는 구단 사이의 이동은 다르다. 선수의 선택 하나가 이전 소속팀 팬들에게 ‘배신’으로 받아들여지고, 때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앙금이 남는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이 토트넘 홋스퍼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 영입에 관심을 보이면서 과거 축구계를 뒤흔든 라이벌 구단 간 이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디애슬레틱이 9일 전했다.
토트넘이 주장인 로메로를 북런던의 최대 라이벌 아스널에 내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하지만 실제 이적이 성사된다면 2001년 솔 캠벨 이후 북런던에서 가장 논란이 큰 이적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캠벨이다. 토트넘 유소년팀 출신인 캠벨은 10대에 1군에 데뷔해 300경기 이상 출전했고 주장까지 맡았다. 1999년에는 리그컵 우승도 이끌며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6세였던 2001년 계약이 끝난 뒤 자유계약(FA)으로 아스널에 입단했다. 이탈리아 인터 밀란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이 행선지로 거론됐지만 캠벨의 선택은 같은 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토트넘의 최대 라이벌이었다.
토트넘 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캠벨이 아스널 선수로 토트넘을 찾았을 때 관중석에는 ‘유다(Judas)’라고 적힌 현수막이 등장했고 물병과 각종 물건이 경기장으로 날아들었다. 캠벨의 인형이 가로등에 매달리기도 했다.
캠벨은 아스널에서 6시즌 동안 EPL 우승 두 차례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세 차례를 경험했다. 그는 훗날 “토트넘 팬들은 아직 잊지 않았겠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카를로스 테베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두 시즌을 임대로 뛰며 두 차례 EPL 우승을 경험한 뒤 2009년 맨체스터 시티로 향했다.
맨시티는 테베스를 영입하면서 맨체스터 시내에 그의 사진과 함께 ‘웰컴 투 맨체스터(Welcome to Manchester)’라고 적힌 대형 광고판을 설치했다. 맨유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담긴 홍보였다. 당시 맨유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를 “어리석고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맨유와 리버풀 사이의 선수 이동은 더욱 드물다. 두 구단 사이의 직접 이적은 필 치스널이 맨유에서 리버풀로 옮긴 1964년 이후 나오지 않았다.
2007년에는 맨유 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가 리버풀 이적을 추진했다. 리버풀은 680만파운드를 제시했지만 맨유가 이를 거부했고 결국 분쟁은 EPL 중재 절차까지 이어졌다. 판정은 맨유의 손을 들어줬고 에인세는 그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아스널에서 맨유로 옮긴 로빈 판페르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판페르시는 2012년 아스널을 떠나 맨유에 입단했고 첫 시즌 EPL 우승컵을 들었다. 리즈 유나이티드를 대표했던 앨런 스미스가 2004년 최대 라이벌 가운데 하나인 맨유로 이적한 사례도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선수가 라이벌 구단 이적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리버풀의 상징적인 선수였던 스티븐 제라드는 2005년 첼시 이적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결국 잔류했다. 제라드는 이후 당시 이적했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두 구단의 경쟁은 축구뿐 아니라 역사와 종교·사회적 배경까지 얽혀 있다.
1989년 셀틱 출신 공격수 모 존스턴이 프랑스 낭트에서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큰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레인저스에는 가톨릭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는 오랜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스턴의 에이전트는 이후 자신과 존스턴이 계약 이후 24시간 경호를 받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세계 축구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이적 가운데 하나는 루이스 피구다. 바르셀로나의 간판스타였던 피구는 2000년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인 3700만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다.
바르셀로나 팬들의 반발은 극심했다.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캄노우에 돌아오자 유리병 등 각종 물건이 경기장으로 날아들었다. 피구가 코너킥을 차려고 할 때마다 경기가 중단될 정도였다. 이후 열린 엘클라시코에서는 돼지 머리까지 피구를 향해 던져졌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