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 잔칫날, 한국축구 먼저 걱정한 이강인
‘7번’ 이강인 ATM 데뷔전

맨시티전 후반 출격 팬 환호에도 반성 모드 “선수들이 열심히 할테니 외면하지 말았으면”
꿈꾸던 새 출발이었다. 새 유니폼을 입었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5만여 한국 팬들은 그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경기 뒤에는 특별한 입단식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껏 웃어도 될 하루였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로 한국 팬들 앞에 처음 선 이강인은 자신의 기쁨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국 축구를 걱정했다. 환호에 화답하기보다 먼저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에서 후반 18분 교체 투입돼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세 시즌을 보낸 뒤 올 여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강인이 새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첫 경기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성장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한 이강인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기도 했다. 발렌시아와 마요르카를 거쳐 PSG에서 프랑스 무대를 경험한 그는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그 출발점이 한국이었기에 이강인에게는 더욱 뜻깊었다. 경기장을 채운 5만여 관중은 이강인이 소개될 때부터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강인이 공을 잡을 때마다 함성이 커졌다. 유럽에서 뛰는 이강인을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국내 팬들은 새 유니폼을 입은 그의 첫걸음을 아낌없이 응원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이강인을 위한 입단식도 마련됐다. AT마드리드 선수로 한국 팬들에게 처음 인사하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강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하루였다.
하지만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강인은 마냥 웃지만은 않았다. 질문을 받기에 앞서 반성부터 했다. 최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 축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강인은 “모든 분이 알다시피 지금 한국 축구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선수들은 이 상황에서 팬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때보다 싸늘해졌다.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한 대표팀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고 한국 축구 전반을 향한 팬들의 실망감도 커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14~15년 전 국가대표팀 경기를 관장하기 위해 방한한 외국인 심판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라운드 안에서의 성적뿐 아니라 그라운드 밖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국 축구를 둘러싼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표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이강인 역시 이런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축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강인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을 계속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나가 있는 선수들도,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한국 축구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안 좋은 부분만 보지 말고 좋은 부분도 봐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윤은용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