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사과나무 심고 떠나는, 롯데밖에 몰랐던 사나이…박준혁 단장의 두 번째 작별
박준혁 단장(사진=롯데)[더게이트]"오~오오오오~ 롯데~ 오~오오오오 롯데~"이택근 신임 단장 선임 소식이 전해진 26일, 박준혁 롯데 자이언츠 단장에게 전화를 걸자 익숙한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박 단장이 평범한 프런트 직원이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사용해 온 통화연결음은 자신의 교체 소식이 전해진 날에도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더게이트]
"오~오오오오~ 롯데~ 오~오오오오 롯데~"
이택근 신임 단장 선임 소식이 전해진 26일, 박준혁 롯데 자이언츠 단장에게 전화를 걸자 익숙한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박 단장이 평범한 프런트 직원이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사용해 온 통화연결음은 자신의 교체 소식이 전해진 날에도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박 단장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위로 인사부터 건네자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단장은 말 그대로 구단의 장 아닌가. 재임 기간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새로운 분들이 오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롯데는 이날 이동욱 신임 감독과 이택근 신임 단장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2024년부터 팀을 이끈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데 이어 박 단장도 교체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07년 롯데그룹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구단의 여러 부서를 거쳐 단장까지 오른 박준혁의 두 번째 롯데 생활도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지원서 1·2순위 모두 롯데…돌아온 '순혈 롯데맨'

박 단장에게 롯데는 단순한 직장 이상의 존재였다. 부산 출신으로 구덕야구장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롯데 야구를 보고 자랐다. 2007년 롯데그룹 공채 지원 당시 희망 계열사 1, 2순위에 모두 롯데 자이언츠를 적어 냈다. 그룹 내 다른 좋은 계열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야구단에서 일하고 싶어 롯데에 지원했다.
입사 후에는 국제 업무와 마케팅, 홍보, 선수단 운영, 인사 등 구단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홍보팀장과 운영팀장, 인사팀장 등을 맡으며 실무 경험을 쌓았고, 일본어와 영어에도 능통해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업무 제휴 및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도 참여했다. 특정 부서에만 치우치지 않고 구단 안팎의 업무를 경험한 보기 드문 실무형 프런트였다.
2022년에는 구단 내부 사정으로 15년간 몸담았던 롯데를 떠나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의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롯데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3년 11월 롯데가 새 단장을 찾으면서 박 단장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뼛속까지 롯데맨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고 주저 없이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재임 기간 박 단장은 당장의 성적을 넘어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 카리스마형 김태형 감독 스타일상 프런트의 역할이 제한적인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팀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구단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특히 선수 육성 시스템 강화와 해외 야구의 경험을 구단 내부에 축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본프로야구 구단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미국 드라이브라인, 일본 넥스트베이스 및 쓰쿠바대학 등 전문 훈련시설에 선수들을 파견했다. 지바 롯데 마린스의 마무리 캠프와 일본 시코쿠 아일랜드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교류를 통해 젊은 선수들에게 다양한 훈련과 실전 기회를 제공했다.
해외 지도자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다. 일본시리즈 우승 감독 출신 다카쓰 신고를 스페셜 어드바이저로, 한신 타이거즈 출신 가네무라 사토루를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로 영입하는 등 외부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받아들이는 데 공을 들였다. 퓨처스 퍼포먼스센터를 마련하고 3군 운영을 본격화하면서 선수별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육성 환경을 구축했다.
이런 노력은 올 시즌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맞물려 조금씩 성과를 냈다. 한동희는 타율 0.306, 25홈런, 81타점으로 중심 타자 자리를 굳혔고, 손성빈과 전민재는 포수와 유격수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김진욱과 나균안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등 마운드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다. 최종 순위는 7위였지만 선수단 구성과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 면에서 분명한 발전이 있었다.
실패의 책임은 자신에게…끝까지 준비한 롯데의 미래

야구계에선 코칭스태프 구성과 선수단 운영, 트레이드 등에서 현장이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한 만큼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의 책임을 단장에게 묻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박 단장은 "돌아보면 제가 내린 결정 중에 실패한 것들이 많았다. 하나하나 생각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면서 자신의 책임부터 이야기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체제에 대해서도 "새 단장님과 감독님이 모두 데이터에 밝은 분들인 만큼 구단이 가려는 방향에 더 적합한 분들이 오신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수단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책임을 피하지 않았던 박 단장이다. 지난 2월 타이완(대만) 스프링캠프 도중 일부 선수들의 현지 도박장 출입 사건으로 파문이 일자 박 단장은 구단 관리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와 함께 중징계를 감수했다. 선수 개인이 책임질 사건임에도 수뇌부로서 연대 책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단장 교체라는 이번 구단의 결정을 대하는 자세도 다르지 않았다.
박 단장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구단에 출근해 업무를 이어갔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고 감독과 동반 교체 가능성이 연일 거론되던 시기였다. 자신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박 단장은 "롯데를 떠나더라도 어디에 있든 앞으로도 롯데 야구를 계속 볼 거고 계속 응원할 거다"라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롯데가 좋은 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2007년 신입사원 시절이나 단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박 단장의 휴대전화에서는 같은 노래가 흘러나올 것이다. "오~오오오오~ 롯데~ 오~오오오오 롯데~"
출처: 더게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