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호 출항' 정관장, 명예회복 노린다
V리그 여자부 6개 구단은 지난 2021-2022 시즌부터 2024-2025 시즌까지 적어도 최하위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았다. 2021년에 창단한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기존 구단들에게 승점을 헌납하면서 창단 후 네 시즌 연속 최하위를 독식(?)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최다승 기록(11승)...
V리그 여자부 6개 구단은 지난 2021-2022 시즌부터 2024-2025 시즌까지 적어도 최하위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았다. 2021년에 창단한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기존 구단들에게 승점을 헌납하면서 창단 후 네 시즌 연속 최하위를 독식(?)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최다승 기록(11승)을 세웠던 2024-2025 시즌에도 GS칼텍스 KIXX에게 승점 4점이 뒤져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조 웨더링튼(올랜도 발키리스)과 아시아쿼터 시마무라 하루요(군마 그린윙스)의 활약에 힘입어 16승 20패(승점 47점)로 창단 5시즌 만에 처음으로 탈꼴찌에 성공했다(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꼴찌에서 벗어난 후 곧바로 팀 해체를 선언했다). 그렇게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에게 최하위 자리를 물려 받은 팀은 바로 V리그 원년 우승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였다.
2024-2025 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우승의 문턱까지 갔던 정관장은 팀의 쌍포 반야 부키리치와 메가왓티 퍼티위(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팀을 떠나면서 7시즌 만에 최하위로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고희진 감독마저 코칭스태프의 불미스러운 일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과연 시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권순찬 감독이 부임한 정관장은 이번 시즌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최강 쌍포 떠나자 무기력하게 최하위 추락

▲ 정관장의 핵심 미들블로커 박은진은 이번 시즌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정호영을 적으로 상대해야 한다.
ⓒ 한국배구연맹
정관장은 전신 KGC인삼공사 시절부터 투자에 인색한 대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이 유난히 강한 팀으로 유명했다. 실제로 지젤 실바(GS칼텍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V리그 여자부에서 시즌 1000득점을 넘긴 선수 3명이 모두 정관장에서 나왔을 정도. 하지만 투자 없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은 정관장은 202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 챔프전 MVP에 빛나는 이소영(IBK기업은행 알토스)을 FA로 영입한 정관장은 '인도네시아 특급' 메가가 합류한 2023-2024 시즌 7년 만에 봄 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부키리치를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 시키는 파격적인 모험을 단행한 2024-2025 시즌에는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11-2012 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명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챔프전 준우승을 계기로 지속 가능한 강 팀으로 자리 잡고 싶었던 정관장의 목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2024-2025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무려 1440득점을 합작했던 리그 최강의 '쌍포' 메가와 부키리치가 각각 어머니의 건강과 유럽 무대 도전을 이유로 정관장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여기에 살림꾼 역할을 했던 베테랑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흥국생명)와의 FA 협상이 결렬된 것도 정관장에겐 큰 타격이었다.
정관장은 새 외국인 선수로 이탈리아 출신의 엘리사 자네테를 지명했고 아시아쿼터로는 현대건설 시절이던 2024-2025 시즌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위파위 시통(슈프림 촌부리)을 선택했다. 정관장은 박은진과 정호영(흥국생명)으로 구성된 강한 미들블로커 라인을 보유한 만큼 자네테를 중심으로 국내 선수들이 초반에 분발해주면 위파위가 합류하는 시즌 중반부터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자네테는 외국인 선수에게 많은 공격을 맡기는 V리그에 완벽하게 녹아 들지 못했고 위파위는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태국으로 돌아갔다. 정관장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몽골 출신의 인쿠시를 새 아시아쿼터로 영입했지만 인쿠시 역시 높은 화제성에 비해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결국 정관장은 8승 28패(승점 26점)로 2018-2019 시즌 이후 7시즌 만에 최하위로 떨어졌다.
부키리치 복귀와 대형 아시아쿼터 종휘 영입

▲ 정관장의 아시아쿼터 종휘는 컵대회를 통해 이번 시즌 맹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 한국배구연맹
시즌이 끝난 후에도 정관장의 악재는 계속 됐다. 4월에는 박은진과 함께 정관장의 중앙을 지켰던 미들블로커 정호영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고 8월에는 만년 하위팀이었던 정관장을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고희진 감독이 코치의 성추행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정관장은 컵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6일 권순찬 감독을 선임했지만 시즌을 준비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정관장이 비 시즌 동안 지난 시즌의 수모를 씻어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특히 2024-2025 시즌 준우승의 주역 부키리치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을 받고 복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시즌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로 돌아갈 예정인 부키리치는 종아리 부상으로 컵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부상이 심하지 않아 개막전 출전에는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정관장이 2024-2025 시즌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던 부키리치를 이번 시즌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새 아시아쿼터로 중국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종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184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종휘는 한국에서의 데뷔 무대였던 지난 컵대회에서 3경기에 출전해 48.04%의 높은 공격 성공률과 세트당 0.55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56득점으로 맹활약했다.
2024-2025 시즌 정관장 준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가 지난해 4월과 시즌 직전 양 무릎에 수술을 받으면서 16경기 출전에 그쳤던 염혜선 세터가 건강하게 복귀하는 것도 정관장에게는 큰 힘이다. 안예림(양산시청)과 FA계약에 실패했고 김채나(타이페이 킹웨일즈)마저 자유 신분 선수로 방출한 만큼 염혜선이 정상적으로 복귀하지 못했다면 정관장은 이번 시즌 세터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대전 충무 체육관을 홈구장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는 남자부의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여자부의 정관장은 지난 시즌 나란히 남녀부 최하위에 머물면서 체면을 구겼다. 컵대회에서 3전 전패로 탈락한 삼성화재가 이번 시즌에도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만큼 여자부 정관장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과연 정관장은 지난 시즌의 아픔을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하며 우울했던 대전의 배구팬들을 다시 웃게 만들 수 있을까.
출처: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