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의 마지막을 묻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대표팀이 때아닌 은퇴설로 시끄럽다.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FC포르투), 황희찬(샬케)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황인범은 직접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은퇴설의 진위와 별개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한국 축구대표팀이 때아닌 은퇴설로 시끄럽다.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FC포르투), 황희찬(샬케)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황인범은 직접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은퇴설의 진위와 별개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태극마크, 과연 선수 개개인 선택의 사안일까.
시간을 돌려보면 묵묵히 부름에 응했던 베테랑들이 있다. 2017년 이동국은 만 38세였다. 마지막 A매치 이후 2년 10개월이나 흘렀다. 그대로 태극마크와 작별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이 부르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역대 두 번째 최고령 국가대표였다. 이후 명단에서 제외됐을 때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38세인 자신의 대표팀 제외가 뉴스가 된 게 기뻤다며 웃었다.

야구의 오승환도 마찬가지다. 2021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현희의 이탈로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았다. 당시 39세. 이미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대표팀에서 이룰 만큼 이룬 베테랑이었다. 기꺼이 부름에 응했다. 20살 어린 후배들의 손을 잡고 도쿄로 향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은 “우리가 가장 힘들 때 흔쾌히 돕겠다고 나왔다. 결과가 안 좋았지만, 그런 면에서 오승환을 존중한다”고 돌아봤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남자농구 대표팀 주장 이승현은 34세에 국가대표 100번째 경기를 넘어섰다. 각국의 귀화 빅맨을 골밑에서 온몸으로 막아냈다. 최고참의 헌신은 원팀의 원동력이 됐다. 결국 왼팔에 주장 완장을 차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물론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특히 유럽파는 긴 이동과 살인적인 일정에 시달린다. 부상과 체력 부담은 선수 생명과 직결된다. 버티기 어렵다면 상황을 설명하고 대표팀과 충분히 상의할 수 있다. 다만 뛸 수 없는 것과 뛸 수 있는데도 스스로 대표팀 문을 닫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전자가 존중받아야 할 선수의 권리라면, 후자엔 태극마크의 무게와 책임이 따른다.
대표팀은 원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선발 여부는 감독이 경기력과 팀 상황을 종합해 결정한다. 경쟁력을 잃으면 자연스럽게 선택에서 멀어진다. 시작을 혼자 결정할 수 없듯, 내려놓는 순간도 오롯이 개인의 선택으로 볼 수 있는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경쟁력이 있는 동안 준비하고, 부르면 달리고, 더 이상 선택받지 못하면 물러나는 것. 세 베테랑이 걸어온 길이 태극마크의 마지막을 되묻고 있다.
최서진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