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대 은퇴? 무너지는 한국 축구... 갈 길이 안 보인다

[기자의 눈] 국대 은퇴? 무너지는 한국 축구... 갈 길이 안 보인다

왼쪽부터 1996년생 동갑내기 국가대표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 대한축구협회 제공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해 축구대표팀을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매듭을 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길이 안 보인다. 이미 오랫동안 누적돼 치료 불가능 상태인 '불통 운영'이 축구협회와 대표팀 내부를 모두...

왼쪽부터 1996년생 동갑내기 국가대표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 대한축구협회 제공
왼쪽부터 1996년생 동갑내기 국가대표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해 축구대표팀을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매듭을 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길이 안 보인다. 이미 오랫동안 누적돼 치료 불가능 상태인 '불통 운영'이 축구협회와 대표팀 내부를 모두 갉아먹었다.

결국 일이 터졌다. 1996년생 동갑내기 3인방 황인범(포르투)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샬케)이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마친 뒤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힌 사실이 퍼졌다. 현재 대표팀 주축 멤버들의 돌발 행동이라 충격이 컸다.

이상 기류는 감지됐다. 김민재는 직전 베네수엘라전을 졸전 끝에 비긴 뒤 중계방송사와 라이브 인터뷰에서 "수비수들이 너무 불쌍하다",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해야 한다" 등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황인범도 공동취재구역에서 눈물을 보이며 "축구협회장이 없는 상황이고, 감독도 임시로 온 만큼 앞날을 알 수 없다", "문제점은 분명히 보이는데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나설 사람조차 없다" 등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그간 대표팀 분위기는 축구협회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더욱 흔들렸다. 2023년 3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된 이후 이듬해인 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주장 손흥민(34·LAFC)과 아홉 살 어린 이강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충돌 이후 화해는 했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웠다. 축구협회가 나서서 선수단 결속에 집중해야 했지만, 변명에 급급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2024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앞줄 왼쪽부터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4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앞줄 왼쪽부터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대표팀의 사기 하락은 속도를 냈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불공정 논란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로 휘청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선 일부 취재진의 손흥민 등 선수들 병역 뒷담화 문제로 발칵 뒤집어졌으나, 축구협회는 인터뷰 보이콧 등 문제 해결보다 논란만 키웠다. 바른말과 쓴소리를 칼같이 자르고, 이기적 집단주의에 빠져 불통 운영을 이어간 축구협회의 자업자득이었다.

그로 인한 후폭풍은 고스란히 선수들이 짊어졌다. 지난 3년 동안 사령탑이 5명이나 바뀌는 등 선수들의 혼란이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다. 축구협회와 감독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국대 은퇴를 운운한 점은 이해하거나 옹호해 줄 마음이 전혀 없다. 국가대표는 자신들이 정하거나 협상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며, 가슴의 태극마크도 함부로 뗄 수 없다. 심지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은 23세 이하(U-23) 대표팀 후배들의 치기어린 행동이 국민적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선배들이 태극마크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는 태도 역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인기 스포츠인 축구 선수들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국가대표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심어줘야 할 축구협회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