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챔피언의 ‘현타’에 빠질 것인가…잠실 사상 첫 160만 앞둔 LG, 팬들은 이미 할 만큼 했다
출처:LG 트윈스(MHN 정철우 기자) LG 트윈스가 또 하나의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제 시선은 잠실야구장 역사상 누구도 밟지 못했던 160만 관중으로 향한다. 하지만 남은 약 5만명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팬들의 충성심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선수들이 팬을 야구장으...

(MHN 정철우 기자) LG 트윈스가 또 하나의 구단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제 시선은 잠실야구장 역사상 누구도 밟지 못했던 160만 관중으로 향한다. 하지만 남은 약 5만명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팬들의 충성심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선수들이 팬을 야구장으로 불러야 한다.
LG는 지난 4일 잠실 KIA전에서 시즌 누적 관중 155만98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웠던 구단 한 시즌 최다 관중 154만2458명을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매진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날까지 44차례 잠실을 가득 채우면서 지난해 작성했던 구단 최다 43회 매진 기록까지 넘어섰다.
숫자만 놓고 봐도 엄청나다. LG는 올 시즌 홈 70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만2157명을 끌어모았다. 아직 정규시즌 홈 3경기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평균 관중 흐름이 유지된다면 160만명 돌파는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잠실야구장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위치까지 왔다.
그러나 LG의 올해 관중 기록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지난해보다 팀 성적이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더 많은 팬이 잠실을 찾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LG는 정상에 있었다. 정규시즌을 지배했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뒤 통합우승까지 완성했다. 팬들에게는 야구장을 찾는 것 자체가 즐거운 시즌이었다. 반면 올해는 달랐다. 긴 연패에 빠져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시기가 두 차례 이상 있었고 경기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순간도 있었다. 팬들이 등을 돌릴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도 잠실의 관중석은 쉽게 비지 않았다.
이 대목은 LG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제 LG 팬들이 단순히 승리만 소비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야구장에 가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는 날에만 잠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팀을 보고 응원하고, 야구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두는 팬층이 그만큼 두꺼워졌다. 지난해 통합우승이 만들어낸 열기가 일회성 흥행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LG 선수들은 이 기록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성적이 흔들리고 경기력이 떨어져도 잠실을 채워준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이 155만명을 동원한 것이 아니라 팬들이 155만번의 발걸음으로 LG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줬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남은 홈 3경기도 당연히 관중석이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시즌 막판의 팬심은 경기 결과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LG에는 3위와 준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걸려 있다. 순위 싸움에서 밀려나 가을야구의 출발점마저 달라진다면 팬들에게 남은 정규시즌 경기를 반드시 찾아야 할 이유도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160만 관중은 단순한 흥행 기록이 아니다. 선수들이 만들어내야 할 마지막 결과물에 가깝다.
지금 LG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정신적인 전환일 수 있다. 지난해 챔피언이었다는 기억부터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정상에 섰던 팀이 이듬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허탈감이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최고의 자리에서 한국시리즈 상대를 기다렸는데 올해는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놓고 싸워야 한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위치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위험하다.
'우리가 왜 여기까지 내려왔나',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선수단에 번지는 순간 팀은 마지막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온 팀이 다시 도전자의 마음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우승 경험은 자신감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현재를 초라하게 만드는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한다.
LG가 버려야 할 것이 바로 그 비교다. 지난해의 LG와 싸울 이유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2026년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3위를 지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 거기서 다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 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챔피언의 자존심'보다 '도전자의 절박함'이다. 한 베이스를 더 가고, 공 하나를 더 막고, 한 타석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선수단 전체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로 묶일 때 경기력도 달라질 수 있다.
팬들은 이미 자신들의 몫을 했다. 최악의 흐름에서도 잠실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이라는 기록까지 만들어줬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160만명까지 필요한 숫자는 4만9012명이다. 남은 홈경기는 3경기다. 산술적으로는 경기당 1만6338명 정도면 된다. 올 시즌 평균 관중 2만2157명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야구의 흥행은 계산기로 완성되지 않는다. 팬들에게 다시 잠실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그라운드에서 나오는 경기력이다. 마지막까지 순위를 지키겠다는 집념, 지난해 챔피언이라는 기억을 내려놓고 다시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절박함이 보여야 한다.
155만명까지는 팬들이 LG를 끌고 왔다.
마지막 5만명은 LG 선수들이 불러야 한다.
지난해 챔피언이었던 선수들이 '현타'를 이겨내고 다시 도전자로 설 수 있는가. 그 답에 LG의 준플레이오프 직행과 잠실 최초 160만 관중이라는 두 개의 기록이 함께 걸려 있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