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밑에 ‘th/hole’?..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먹칠한 엉터리 ‘영어 표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의 엉터리 사인보드.[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유해란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26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엉터리 사인보드로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KLPGA 투어에서 단일 스폰서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유해란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26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엉터리 사인보드로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KLPGA 투어에서 단일 스폰서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 속에 매년 최고 수준의 코스 세팅과 흥행을 선보이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메이저 타이틀로 권위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대회장 한복판에 세워진 홀 안내 표지판(홀 사인보드)의 낯부끄러운 오류는 대회가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에 적지 않은 흠집을 냈다. 논란의 발단은 티잉 구역에 설치된 홀 사인보드의 기괴한 영문 표기 방식이다.
5번 홀 사인보드를 보면 대형 숫자 ‘5’ 바로 아래에 소문자로 ‘th/hole’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이는 영어 문법과 타이포그래피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명백한 비문(非文)이다. 서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th’는 숫자 5와 결합해 ‘5th’라는 하나의 어절을 이룰 때만 온전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임의로 분리해 줄바꿈을 한 것도 모자라 빗금(/) 뒤에 명사 ‘hole’을 덧붙인 배치는 국제 스포츠 무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표기다. 빗금 기호는 통상 ‘또는(or)’이나 ‘단위당(per)’을 뜻하므로, 영미권 시청자의 눈에는 ‘5번째이거나 홀’ 혹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 파편의 나열로 보일 뿐이다. 국제 표준에 부합하려면 ‘5th Hole’이나 간결하고 직관적인 ‘Hole 5’로 표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엉터리 표기가 단순한 일회성 인쇄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3년 전부터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골프 팬들이 해당 표기의 오류를 언론사에 알려와 대행사에 전달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이 안됐다는 점이다. 연락을 받은 대행사 직원은 “올해는 늦었으니 내년에는 반드시 수정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똑같은 디자인의 표지판을 현장에 그대로 설치했다. 이는 대회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며 개선점을 제보한 팬들의 목소리를 무성의와 무책임으로 묵살한 처사다.
![14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는 박성현. [사진=KLPGA]](https://imgnews.pstatic.net/image/016/2026/10/05/0002705416_002_20261005081410367.jpg?type=w647)
책임의 화살은 대행사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종 검수 책임이 있는 하이트진로그룹 스포츠마케팅 실무진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고 경영진의 열정과 전사적 투자가 집중되는 메이저 대회에서, 기업 브랜드를 걸고 노출되는 기본 시설물조차 3년간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장 관리 체계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주관 단체인 KLPGA 투어의 관리·감독 소홀도 도마 위에 오른다. KLPGA 투어는 전 세계 각국으로 송출되는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은 물론 일본과 호주,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다. 세계 3대 투어를 지향하는 KLPGA 투어의 중계 속에 기초적인 영문법조차 파괴된 간판이 전파를 타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대회의 품격은 화려한 우승 트로피나 상금 규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티박스에 세워진 안내판의 철자 하나, 기호 하나까지 꼼꼼히 살피는 완벽함에서 진정한 메이저의 권위가 완성된다. 3년이라는 넉넉한 수정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안일로 일관한 이번 사태는 기본을 놓쳐버린 한국 골프의 허접한 자화상이다.
출처: 헤럴드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