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이란전 석패, '남녀 동반 2회 연속 노메달' 수모
▲ AG 남자 배구 8강 한국-이란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8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양 국가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대한민국 배구가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운 성적표에 그쳤다. 남녀 대표팀 모두 노메달에 그치며 아시안게임에서 2...
▲ AG 남자 배구 8강 한국-이란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8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양 국가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배구가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운 성적표에 그쳤다. 남녀 대표팀 모두 노메달에 그치며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세계랭킹 25위)은 1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종합체육관서 열린 이란(19위)과의 대회 8강전서 세트 점수 2-3(23-25/ 25-18/ 25-21/ 20-25/ 12-15)으로 석패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팀 이란과 1세트부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이란이 도망가면 한국이 끈질기게 따라붙는 흐름으로 전개되며 종반 23-24까지 추격했으나 하지푸르의 공격을 막지 못하여 첫 세트를 먼저 내줬다.
2세트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이어간 한국은 이란의 연이은 범실을 틈 타 허수봉의 강타와 정한용의 서브 득점, 임동혁의 오픈 공격까지 터지기 시작했다. 수월하게 점수차를 벌린 한국은 2세트를 가져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탄 한국은 3세트에서도 초반부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정한용의 공격 득점, 이상현의 블로킹에 힘입어 이란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트스코어를 2-1로 역전하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성급한 공격으로 범실을 남발하며 두 세트 연속 자멸했던 이란은, 4세트부터 다시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장기인 높이를 활용한 블로킹과 강한 서브에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며 실점을 허용했다. 여기에 임성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한정된 공격루트에 과부하가 걸린 한국 선수들은 경기 중반부터 체력도 서서히 떨어졌다.
결국 승부는 마지막 5세트로 향했다. 중반까지는 7-7로 팽팽한 승부를 벌였으나 고비에서 연달아 서브범실이 속출한 게 뼈아팠다. 최준혁의 서브 범실에 이어 허수봉의 공격까지 막히면서 이란 쪽으로 점수 차가 벌였다. 매치포인트 위기에 몰린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막판 3연속 득점을 따내며 12-14까지 추격했지만, 또다시 허수봉의 허무한 서브 범실이 나오면서 마지막 세트까지 내주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한국은 허수봉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점을 올렸고, 임동혁이 18점으로 뒤를 받쳤다. 하지만 무려 6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이란의 높이를 버텨내지 못했다. 한국은 2015년 8월 제18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 8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1로 승리한 것을 마지막으로 무려 11년째 이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실패
남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2023년 항저우 대회(7위)에 이어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 역시 지난달 22일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태국에 세트 점수 0-3으로 패배하면서 4위로, 지난 항저우 대회 5위에 이어 또 한번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남녀배구팀의 '아시안게임 2회 연속 동반 노메달'도 사상 최초다.
한국배구는 한때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1962년 자카르타 대회부터 참가하기 시작했고, 남녀 모두 총 14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강호로 군림했다. 남자 대표팀은 금메달 3회(은 7, 동4), 여자대표팀은 금메달 2회(은8, 동 4)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 사상 최초의 남녀동반 노메달이라는 대참사를 겪으며 '한국배구 위기론'이 부상했다. 특히 남자배구는 당시 14회 연속 AG 메달 기록이 끊기며 무려 '61년 만의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심지어 인도, 파키스탄 등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서아시아팀들에게 연패하여 대회 개회식이 공식적으로 막을 올리기도 전에 12강에서 탈락하면서 엄청난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여자배구도 '여제' 김연경이 대표팀을 은퇴하고 첫 아시안게임이던 항저우 대회에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며 2006년 도하 대회(5위)와 역대 최악의 성적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2026년 현재 남자배구의 FIVB 랭킹은 25위, 여자는 28위에 불과하다.
그나마 위안을 찾자면 '참사'라는 평가까지 나오던 항저우 대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것이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2024년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브라질 출신의 라미레스 감독을 선임하며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라미레스호는 2025년 FIVB 세계선수권에서는 조별리그 3전 전패로 부진한 성적에 그치며 우려를 자아냈으나, 2026년 들어 AVC컵 준우승, 아시아선수권 3위와 중국전 승리, 2027 배구월드컵 본선진출권 확보 등으로 경기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조별 예선에서 필리핀과 대만을 차례로 꺾고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중국에 접전 끝에 2-3으로 패해 조 2위로 밀려 하필 우승후보인 이란과 8강에서 맞붙게 되는 불운한 상황을 맞이했다. 이란을 상대로 전력상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의 공백 속에서도 끝까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어느 정도 희망을 남겼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한국 배구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은 조직력과 수비, 끈질긴 플레이를 앞세워 아시아 강호들과 맞섰다. 타고난 신장과 파워에서 밀릴 지라도 기본기와 세밀함, 집중력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이제는 아시아에서도 강팀들을 상대로 한국배구가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장점이 무엇인지 선뜻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남녀배구의 부진

▲ 메달 획득 실패에 아쉬워하는 여자 배구 대표팀 9월 22일 일본 아이치현 파크 아레나 고마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대한민국과 태국의 동메달 결정전. 세트점수 0-3으로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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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는 남자보다 더 심각한 편이다. 순위만 놓고보면 지난 항저우 대회보다 한 계단 더 올랐지만, 최소한 이란-중국 등 우승후보들과 '졌잘싸'라도 보여준 남자배구와 달리, 여자대표팀은 일본과의 준결승전과 태국과의 3·4위전 모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며 '아시아 빅3(일본, 중국, 태국)'와 더 멀어진 격차만 확인했다. 아시안게임 전에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8강에서 탈락했다. 불세출의 스타 김연경을 비롯하여 양효진, 김수지, 박정아 등 '도쿄올림픽 4강신화'를 이룬 황금세대가 물러난 이후 세대교체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다.
한국 남녀배구의 부진이 더욱 도드라져보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다른 구기종목들은 대부분 선전했다는 것이다. 배구와 대표적인 겨울스포츠 경쟁종목인 농구는, 남녀대표팀이 '원정 사상 최초이자 12년 만의 동반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대조를 이뤘다. '월드클래스' 이현중을 앞세운 남자농구대표팀과, 에이스 박지현-박지수가 모두 빠진 여자농구대표팀은, 모두 우승 가능성이 낮다는 당초 전망을 깨고 아시아 강호들을 연파하며 반전 우승에 성공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야구는 아시안게임 5연패에 성공했고, 남자축구는 4회 연속 결승에 올라 최소한 은메달을 확보했다. 여자축구도 동메달 결정전을 남겨두고 있다. 비인기종목으로 꼽히는 핸드볼도 남자대표팀은 비록 2회 연속 노메달에 그쳤지만, 여자대표팀은 8년 만에 금메달 탈환에 성공하며 '우생순' 신화를 재현했다. 반면 '국내 4대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인기 구기종목 중에서 유일하게 배구만이 남녀 모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물론 단순히 대표팀의 부진을 선수들이나 감독의 탓으로만 돌릴 문제는 아니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국내 유망주 인프라와 육성 시스템 부재, 프로리그의 과도한 외국인 선수 의존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와 투자 부족 등 구조적인 원인이 더 크다.
하지만 국내 프로리그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이제는 아시아무대에서조차 기본기 부족을 드러내는 선수들의 심각한 기량 정체, 국제배구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국 배구의 전술적 퇴행 등에서도 뼈아픈 자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노메달이라는 결과에서 절치부심하고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한국 배구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지 않을 것이다.
출처: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