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58호골은 왜 박수받지 못했나 [박순규의 창]

손흥민의 58호골은 왜 박수받지 못했나 [박순규의 창]

차범근과 타이 최다골, 그러나 웃지 못한 손흥민에콰도르전 3-0 뒤 우루과이에 1-4…모레노호가 확인한 ‘한국축구 환부'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더팩트 | 박순규 기자] 기록은 역...

차범근과 타이 최다골, 그러나 웃지 못한 손흥민 에콰도르전 3-0 뒤 우루과이에 1-4…모레노호가 확인한 ‘한국축구 환부'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기록은 역사에 남지만 경기는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때로는 위대한 기록조차 박수를 받지 못하는 날이 있다.

손흥민이 그랬다. 한국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손흥민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5분 만회골을 기록했다. A매치 통산 58호골. 한국축구의 또 다른 전설 차범근이 갖고 있는 역대 최다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웃지 않았다. 경기 뒤 기록에 대한 질문을 받고도 "닿았는지 안 닿았는지 모르겠다. 전혀 감흥이 없다"고 말했다. 기록의 크기를 생각하면 뜻밖의 반응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우루과이에 1-4로 졌다. 문제는 단순한 세 골 차 패배가 아니었다. 불과 나흘 전 에콰도르를 3-0으로 완파하며 기대를 부풀렸던 모레노호의 장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강한 압박도, 빠른 공수 전환도, 선수들의 활발한 움직임도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느린 패스와 넓어진 수비 간격, 그리고 반복되는 패스 미스였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강인이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강인이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전반 점유율은 한국이 58%로 앞섰다. 숫자만 보면 경기를 지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슈팅은 2-6, 유효슈팅은 0-3이었다. 점유율은 있었지만 위협은 없었다. 상대 진영에서 공간을 파고드는 패스보다 옆과 뒤로 향하는 패스가 많았다.

축구에서 점유율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공간을 움직이지 못하는 점유율은 때로 ‘공을 가지고 있는 정체’에 불과하다. 한국 선수들은 공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기보다 서서 패스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패스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게 향했다. 상대가 패스 길을 예측하기 쉬워졌고, 공을 빼앗긴 뒤에는 곧바로 역습을 허용했다.

수비는 더 심각했다. 포백과 미드필드 사이 간격이 넓어지면서 우루과이의 직선적인 전진 패스 한두 번에 수비라인이 허물어졌다. 전반 13분 선제골부터 27분 추가골, 43분 세 번째 실점까지 과정은 조금씩 달랐지만 본질은 비슷했다. 압박은 느슨했고 커버는 늦었다. 조직이 무너지자 개인 능력으로 막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후반 모레노 감독이 네 명을 한꺼번에 교체한 뒤 잠시 경기 템포가 살아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김민수의 과감한 중거리슛과 오현규의 골키퍼와 1대1 기회처럼 앞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나오자 우루과이 수비도 흔들렸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축구는 결국 공간의 경기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장면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1-4 패배는 역설적으로 모레노호에 필요한 경기였는지도 모른다. 에콰도르전 3-0 승리만 봤다면 한국축구의 문제가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한국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압박의 지속성, 공수 간격, 중원의 전진 패스, 오프 더 볼 움직임, 역습 대응까지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병을 고치려면 먼저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한다. 한자성어로 말하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이번 완패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 경기에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환부를 확인하고도 고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단이 아니라 반복일 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손흥민의 58호골이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진다. 개인의 역사는 앞으로 나아갔지만 대표팀의 시간은 오히려 뒤로 갔다. 손흥민이 차범근과 나란히 서는 순간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는 축제보다 탄식에 가까웠다. 손흥민의 골이 박수받지 못한 것이 아니다. 박수를 칠 수 없는 경기였던 것이다.

언젠가 손흥민이 다시 골을 넣고 한국축구가 승리하는 날, 이날 미뤄둔 박수까지 함께 터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모레노호가 우루과이전에서 드러난 문제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3-0 승리는 기대를 만들었다. 1-4 패배는 현실을 보여줬다. 모레노호에 지금 필요한 것은 기대도 실망도 아니다. 냉정한 진단과 빠른 처방이다. 10월 베네수엘라와 우즈베키스탄전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다.

한국축구가 손흥민의 새로운 기록만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우루과이전은 그 질문에 아직은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게 했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email protected]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출처: 더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