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 직전 AG 아쉬움 털었다

곽빈, 직전 AG 아쉬움 털었다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2회 말 한국 선발투수 곽빈이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6.9.27ⓒ 연합뉴스곽빈(27, 우투우타)이 직전 아시안게임에서 남긴 아쉬움을 마운드 위에서 털어냈다. 이번에는 대표팀에 이름만...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2회 말 한국 선발투수 곽빈이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6.9.27

ⓒ 연합뉴스

곽빈(27, 우투우타)이 직전 아시안게임에서 남긴 아쉬움을 마운드 위에서 털어냈다. 이번에는 대표팀에 이름만 올린 선수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일본 타선을 상대로 긴 이닝을 책임지며 한국의 아시안게임 5연패에 힘을 보탰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었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2년 항저우 대회에 이어 5회 연속 금메달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8회였다. 1-1로 맞선 8회초 2사 1, 3루에서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3루수 강습 내야안타로 김주원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문보경(LG 트윈스)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면서 역전 드라마를 썼다.

그 이전까지 팽팽한 승부를 유지한 중심에는 곽빈이 있었다. 곽빈은 6⅓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11개의 공을 던지며 일본 타선을 상대로 마운드를 지켰다. 7회 동점을 허용한 뒤에도 추가 실점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고, 뒤를 이은 조병현과 박영현이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결승전 상대는 이틀 전 슈퍼라운드에서 한국을 5-0으로 꺾었던 일본이었다. 이미 한 차례 완패를 경험한 상대를 다시 만난 상황에서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분명했다. 초반에 무너지지 않고 경기를 팽팽하게 유지해 타선에 역전의 기회를 넘기는 것이었다. 곽빈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직전 대회에서는 한 번도 못 던졌다… 이번에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 선발

곽빈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직전 대회와 출발점부터 달랐다. 곽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선발투수 후보로 발탁됐다. 하지만 대회 첫 경기인 홍콩전을 앞두고 등에 담 증세를 호소하면서 한 차례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대표팀은 결국 금메달을 차지했고, 곽빈도 다른 선수들과 함께 병역 혜택 대상이 됐다. 당시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는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논란의 배경에는 당시 대표팀 안팎의 엇갈린 상황도 있었다. 곽빈은 대표팀에 합류한 뒤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했지만 금메달을 받았고, 이의리는 소집을 앞두고 물집 증세로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다. 구창모 역시 부상으로 대회를 함께하지 못했다. 실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의 상황이 서로 달랐던 만큼 병역 혜택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제도적으로는 당시 단체경기에서 실제 출전한 선수만 병역 혜택 대상이 된다는 규정이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 따라서 곽빈이 경기 출전 없이 혜택을 받은 것은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곽빈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대표팀 구성 당시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를 중심으로 엔트리가 꾸려졌고, 만 25세 이상 만 29세 이하 선수 가운데 최대 3명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다.

곽빈은 노시환, 문보경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뽑혔다. 류지현 감독이 곽빈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선발진을 이끌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곽빈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21일 대만과의 조별리그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묶었고, 결승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두 경기에서 긴 이닝을 책임지면서 대표팀이 불펜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선발투수에게 긴 이닝은 단순히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경기 초반부터 불펜을 가동하지 않아도 되고, 뒤에서 대기하는 투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한 번의 대량 실점이 경기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상대 타선을 최소한의 실점으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

곽빈은 이번 대회에서 그 역할을 맡았다. 직전 대회에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선수가 이번에는 대표팀의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친 것이다.

'병역 혜택 논란'에서 결승전 에이스로… 곽빈이 남긴 두 번째 AG

결승전에서 곽빈이 보여준 투구의 가치는 경기 흐름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한국 타선은 초반부터 일본 선발 투수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3회에는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5회와 6회에도 주자를 내보냈지만 추가점을 만들지 못했다. 7회초 2사 만루에서도 득점에 실패하면서 곽빈에게는 사실상 한 점 한 점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곽빈은 6회까지 일본에 안타 하나만 허용하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7회말 일본이 연속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곽빈은 1사 후 주자 2명을 남겨둔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조병현이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역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리고 8회 한국 타선이 승부를 뒤집었다. 김도영의 결승타와 문보경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한 한국은 3-1로 앞섰다. 이후 조병현과 박영현이 일본의 추격을 차단했다. 박영현은 8회 1사 1, 3루 위기를 삼진과 뜬공으로 넘겼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결국 결승전은 한 선수의 활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곽빈이 선발로 긴 이닝을 버텼고, 김도영과 문보경이 8회 공격에서 승부를 뒤집었으며, 불펜이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켰다.

그 과정에서 곽빈의 역할은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전형적인 모습에 가까웠다. 타선이 충분한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동안 실점을 최소화했고, 동점이 된 뒤에도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선발투수가 경기의 균형을 유지했기 때문에 한국 타선이 한 번의 기회를 역전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곽빈에게는 그래서 이번 대회가 더욱 의미가 있다. 직전 대회에서는 부상으로 단 한 차례도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번에는 와일드카드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고, 조별리그와 결승에서 선발투수로 자신의 몫을 해냈다.

당시 제기됐던 '무임승차'라는 표현도 이번 대회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직전 대회에서 실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표팀이 가장 필요로 했던 순간에 마운드에 올라 결과로 답했다.

이번 금메달로 대표팀 최종 엔트리 가운데 병역 미필 선수들은 관련 요건에 따라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된다. 이번 대표팀 24명 가운데 미필 선수는 16명이었다. 곽빈에게 이번 대회는 의미가 깊다. 직전 대회에서 남았던 논란을 직접 경기력으로 덮어버리며 마음의 짐을 털어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짧은 기간에 여러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선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결승전처럼 한 경기로 금메달의 주인이 결정되는 경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곽빈은 일본을 상대로 그 임무를 수행했다.

직전 대회에서는 부상 때문에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곽빈이 이번에는 결승전 선발투수로 한국 야구의 5연패를 함께 완성했다. 병역 혜택을 둘러싼 과거의 논란보다 이번 대회에서 남긴 투구 내용이 더 선명하게 기록에 남게 됐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