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감독님 보고파" 사람 냄새 풍긴 모레노 감독… 의심 얼룩진 대표팀, 회복의 기점 만들다 [모레노호 오픈 트레이닝]

"오징어게임 감독님 보고파" 사람 냄새 풍긴 모레노 감독… 의심 얼룩진 대표팀, 회복의 기점 만들다 [모레노호 오픈 트레이닝]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사람 냄새'를 풍기며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일련의 사건들로 의심으로 얼룩졌던 대표팀에 신뢰를 되찾을 기본 바탕이 되고 있다.지난 22일 오후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9·10월 통합 A매치를 준비하는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사람 냄새'를 풍기며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일련의 사건들로 의심으로 얼룩졌던 대표팀에 신뢰를 되찾을 기본 바탕이 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9·10월 통합 A매치를 준비하는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KFA 오픈 트레이닝 데이'가 진행됐다. 대표팀은 오는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 10월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 10월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4연전을 치른다.

입소 2일 차였다. 이날 저녁 합류할 김민수를 제외한 30명 중 29명 선수단이 입소를 마쳤다. 1일 차 실내 훈련만 진행한 모레노호는 2일 차부터 본격적인 야외 팀 훈련을 시작했다. 심지어 팬들과 공식적으로 소통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이날 팀 훈련은 오픈 트레이닝으로 진행됐다. 종전 선착순 모집한 200여 명 팬들이 대표팀 훈련장을 찾았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모레노 감독과 대표팀은 1시간가량 기본적인 훈련을 진행했다. 전술 심화 훈련보다는 컨디션 및 감각 회복 위주 세션으로 구성됐다. 운동장 중앙에서 20분가량 진행된 6대6 패스 및 압박 훈련이 가장 전술 훈련에 가까웠다. 대표팀 핵심인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은 이날 공을 다루는 훈련은 배제된 채 사이클을 타거나 맨몸 스트레칭을 하는 데 집중했다.

본 훈련 종료 후 오픈트레이닝 행사의 백미인 '럭키 드로우'가 진행됐다. 훈련 참여한 29명 선수단이 한 명도 빠짐없이 추첨 번호를 뽑았다. 당첨된 팬들에게는 번호를 뽑은 선수가 직접 사인한 굿즈가 제공됐다.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팬들과 첫 마주한 모레노 감독 역시 이벤트에 참여했다. 마지막 순번으로 모레노 감독이 등장하자, 관중석에 앉은 팬들은 큰 함성으로 환영했다. 모레노 감독도 밝은 표정으로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추첨 번호를 뽑고 팬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럭키 드로우'가 끝난 뒤 모레노 감독은 팬들 앞에서 잠시 마이크를 잡고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모레노 감독은 "오늘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뵐 수 있게 돼 너무나 영광"이라며 "결과와 무관하게 90분 내내 팬분들이 국가대표팀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며 부임 소감과 함께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평소 축구를 꾸준히 즐겨보는 팬들이 아니라면 모레노 감독은 다소 생소한 인물일 수 있다. 스페인 대표팀 임시 감독 경험이 가장 대중들에게 친숙한 커리어지만, 기간이 짧았다. 유명 팀 바르셀로나 수석 코치를 지내기도 했지만, 당시 성과는 수장인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AS모나코, 그라나다, 소치 등 사령탑을 지냈지만, 역시 국내 팬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클럽들이다.

그러나 한 질문에 대한 모레노 감독의 답변으로 친밀감이 '확' 올라갔다. 축구선수 외 한국인 중 가장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진행자 질문에 모레노 감독은 유명 드라마 '오징어게임' 감독인 황동혁 감독을 꼽았다. 예상치 못한 이름에 좌중들은 잠시 웅성였지만, 곧 유명 드라마 제작자임을 눈치채면서 하나둘 웃음과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 팬 가족. 서형권 기자
손흥민 팬 가족. 서형권 기자

분석가 출신답게 모레노 감독은 확실한 근거를 들면서 황동혁 감독을 보고 싶은 이유를 댔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오징어게임 감독이다. 제가 알기로 오징어게임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10년간 제작사에 외면받다가 결국에는 잘 된 케이스라는 게 인상 깊었다"라며 "2024년에 저도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원했었다. 신뢰를 잃지 않은 결과 지금 다시 한번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게 돼 너무나 영광"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팬 서비스 발언이 아니었음이 길게 설명한 근거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모레노 감독은 선수단 하이파이브 이벤트가 걸린 '돌림판 게임'에도 참여했다. 돌림판 결과에 따라 하이파이브 이벤트 유무가 걸려있다며 바람을 잡는 진행자의 말을 들은 모레노 감독은 직접 돌림판을 돌린 뒤 '선수단 전원 하이파이브' 칸이 걸리도록 스리슬쩍 돌림판을 조절하는 센스를 보였다. 이미 짜인 각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모레노 감독의 남다른 센스에 팬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내며 반응했다.

이날 모레노 감독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대표팀에 대한 친밀감을 다시금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 북중미 월드컵 실패 이전부터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은 신뢰보다는 의심으로 얼룩져 왔다. 일각에서는 한국 축구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그러나 위기 뒤 기회는 온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모레노 감독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뭉친 한국 대표팀이 오는 A매치 4연전을 통해 무너진 신뢰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어색해진 팬들과 '아이스 브레이킹'은 대성공인 듯하다.

출처: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