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민이 김도영 짝으로 바로 3루를 맡는다? KIA "우린 좀 더 멀리 보고 있습니다만..."
출처:연합뉴스(MHN 정철우 기자) 아시아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전체 3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KIA 타이거즈의 선택을 받았다.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 계획까지 더하면 당장 비게 될 수 있는 3루의 새로운 주인 후보라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KIA는 선을 그었...

(MHN 정철우 기자) 아시아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전체 3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KIA 타이거즈의 선택을 받았다.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 계획까지 더하면 당장 비게 될 수 있는 3루의 새로운 주인 후보라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KIA는 선을 그었다. 이호민을 뽑은 것은 내년 당장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중심타자로 성장시키겠다는 장기 프로젝트에 가깝다.
KIA는 2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경남고 내야수 이호민을 지명했다. 고교야구에서 손꼽히는 장타 잠재력을 인정받은 이호민은 최근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4번타자를 맡아 우승에 힘을 보태며 주가를 더욱 끌어올렸다.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타격 능력을 보여주면서 드래프트를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야수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올랐다.
성적도 이호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올 시즌 고교 무대에서 69타수 29안타, 타율 0.420에 2홈런 19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단순히 힘만 갖춘 타자가 아니라 정확성까지 보여줬다. 고교 2학년까지 주로 1루를 맡다가 올해 3루로 영역을 넓혔고 청소년대표팀에서는 다시 1루를 소화했다. 코너 내야 두 자리를 모두 경험했다는 것도 향후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는 요소다.

KIA의 사정까지 더하면 이호민의 지명은 더욱 흥미롭게 보인다. KIA는 그동안 장타력을 갖춘 코너 내야수 육성에서 기대만큼 확실한 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김도영을 유격수로 이동시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김도영이 실제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다면 3루에는 새로운 주인이 필요하다. 확실한 토종 주전이 자리 잡지 못한 1루까지 생각하면 이호민이 도전할 수 있는 자리는 적지 않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나의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김도영을 유격수로 보내고 이호민을 3루에 세우는 세대교체다.
그러나 KIA가 바라보는 시간표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심재학 KIA 단장은 이호민을 당장 1군에서 활용해야 하는 선수로 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심 단장은 "충분한 시간을 줄 생각이다. 투수와 달리 타자는 프로 적응에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써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이호민이 하기 나름이겠지만 구단은 긴 호흡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체 3순위라는 높은 지명 순번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말이다. 상위 지명 선수에게는 언제나 즉시전력이라는 기대가 따라붙는다. 특히 팀에 취약 포지션이 있고 그 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높은 순번에서 뽑았다면 곧바로 퍼즐을 맞추려는 시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KIA는 이호민의 지명과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을 당장 하나의 그림으로 묶지 않고 있다.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고교 무대를 지배했던 타자라고 프로에서도 곧바로 같은 타격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 투수의 공은 훨씬 빠르고 변화구의 완성도도 다르다. 볼 배합은 복잡해지고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집요한 공략이 시작된다. 배트 적응과 수비, 체력 관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교에서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준 것과 프로 1군의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특히 이호민에게는 수비 포지션을 확실하게 만드는 과정도 필요하다. 1루와 3루를 모두 경험했지만 프로에서 어느 포지션이 가장 적합할지는 아직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3루수로 키울 것인지, 타격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1루까지 열어둘 것인지도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판단해야 한다. 타격 하나만 보고 서둘러 1군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공격과 수비 모두 프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호민과 김도영이 전혀 관계없는 그림인 것은 아니다. KIA가 기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를 그려본다면 언젠가 두 선수가 같은 내야에서 호흡을 맞추는 장면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김도영이 유격수로 안착하고 이호민이 3루 또는 1루에서 중심타선의 한 축으로 성장한다면 KIA는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는 내야의 중심을 구축하게 된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그림이다. 지금부터 자리를 정해 놓고 이호민을 그곳에 끼워 맞출 단계는 아니다.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 자체도 실제 시즌을 거치며 검증해야 하고 이호민 역시 프로에서 자신의 경쟁력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처음부터 증명해야 한다. 전체 3순위라는 지명 순번이 그 과정을 생략해주지는 않는다.
KIA는 그동안 장타력을 갖춘 유망주들을 꾸준히 확보했지만 모두가 기대했던 중심타자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거포 육성은 원래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의 성적 때문에 타격폼을 계속 손대거나 1군과 2군을 오가며 역할을 바꾸다 보면 선수가 자신만의 타격을 만들기도 전에 방향을 잃을 수 있다. 이호민처럼 힘이라는 확실한 재능을 가진 선수일수록 무엇을 더할 것인지 못지않게 무엇을 건드리지 않을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호민에게 '리틀 이대호'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것도 기대를 키운다. 경남고 대선배 이대호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이호민은 드래프트 직후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리틀 이대호'라는 말을 들었다며 대선배를 닮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대호라는 이름은 목표가 될 수 있을 뿐 이호민의 성장 속도를 재촉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심재학 단장이 강조한 '긴 호흡'이 이번 지명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다. 전체 3순위라는 숫자도, 청소년대표팀 4번타자라는 타이틀도 프로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호민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 기회를 주면 된다. 시간이 필요하다면 기다려야 한다.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과 억지로 시간표를 맞출 이유도 없다.
장기적으로는 김도영과 함께 KIA 내야와 중심타선을 이끌어야 할 재목이다. 그러나 그 그림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이호민의 재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좋은 선수를 알아보고 뽑는 것과 좋은 선수로 키워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KIA는 전체 3순위라는 귀한 지명권을 이호민에게 투자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니라 끈기다. 이호민이 얼마나 빨리 1군에 올라오느냐보다 KIA가 얼마나 제대로 된 거포로 키워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번 지명의 진짜 평가는 그때 내려질 것이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