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골프 산업, 국경에 갇힌 노동시장 [윤희종의 스윗스팟]
위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데일리안 = 데스크] 가을 골프 시즌이다. 티타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주말이면 전국 골프장이 골퍼들로 미어터진다. 수요만 놓고 보면 골프산업은 여전히 활황이다. 그런데 클럽하우스 안쪽으로 한 발만 들어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손님은 넘...

[데일리안 = 데스크] 가을 골프 시즌이다. 티타임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주말이면 전국 골프장이 골퍼들로 미어터진다. 수요만 놓고 보면 골프산업은 여전히 활황이다. 그런데 클럽하우스 안쪽으로 한 발만 들어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손님은 넘치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
캐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잔디를 가꾸는 코스관리부터 시설관리, 미화, 주방까지 골프장을 움직이는 현장 곳곳에서 인력난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방 산간 지역 골프장은 사정이 더 어렵다. 임금을 올려도 지원자가 많지 않고, 어렵게 구한 사람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쯤 되면 단순한 구인난으로 볼 일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경제학에서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 가격이 오른다. 노동시장에서는 임금이 그 가격이다. 그런데 임금을 올려도 필요한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거나 자동화를 도입하거나 새로운 노동공급원을 찾게 된다. 외국인력은 그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외국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2026년 고용허가제(E-9)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8만 명이다. 제조업·농축산업·어업·건설업뿐 아니라 호텔·휴양콘도업과 일부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에도 외국인력 활용의 문이 열려 있다.
정부가 서비스업에 외국인력을 허용한 것도 처음부터 전면 개방을 택한 것은 아니다. 인력난이 확인된 업종과 직무를 선별하고 일정한 조건을 붙여 단계적으로 허용했다. 실제 2026년에도 서비스업에 외국인력 배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고용허가를 신청하려는 사업주는 사전에 내국인 구인노력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호텔에서는 외국인이 일할 수 있는데, 골프장에서는 왜 안 되는가?
골프장의 업무를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골프장 코스관리는 단순한 서비스 업무가 아니다. 넓은 면적의 잔디를 심고 깎고, 비료를 주고, 병해충을 방제한다. 관수와 배수시설을 관리하고 각종 장비를 운용한다.
성격만 놓고 보면 농업과 닮은 점이 많다. 그런데 농축산업에는 외국인력의 문을 열어놓고, 유사한 성격의 코스관리 업무는 골프장이라는 이유로 제도 밖에 남겨두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골프장은 농업이면서 시설관리업이고, 레저산업이면서 서비스업이다. 산업의 현실은 이렇게 복합적인데 노동정책의 분류는 여전히 칸막이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골프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외국인력 개방이 아니다. 외국인 캐디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가 아니라 코스관리, 시설관리, 미화, 주방 보조 등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는 현장 직무부터 제한적으로 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먼저 내국인 구인노력을 하게 하면 된다. 그래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직무와 지역을 가려내면 된다. 특히 지방·산간 지역처럼 구조적으로 인력 확보가 어려운 곳부터 시범 도입하면 된다. 임금과 근로조건, 숙소와 산업안전 기준을 명확히 하고 관리·감독하면 된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인력난 업종에 적용하는 원칙을 골프장에도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골프장 노동의 특수성이다. 코스관리 업무는 계절성이 강하다. 잔디가 본격적으로 자라고 골프 수요가 늘어나는 봄부터 가을까지 노동 수요가 집중된다. 겨울에는 업무량이 크게 줄어든다.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국내 구직자 입장에서 계절에 따라 노동 수요가 출렁이는 현장 업무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임금만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이 부족한 것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필요한 시기와 일하려는 시기가 맞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업에서 계절근로자를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노동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골프장도 이런 노동시장 모델을 검토할 때가 됐다.

물론 아직도 골프장을 사치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 골프장을 수도권 골프장과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 지방 골프장은 지역의 주요 고용처이고 지방세를 내는 사업장이다. 골퍼가 지역을 찾으면 식당과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주변 관광지와 상권에도 소비가 발생한다.
골프장 하나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효과는 골프장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골프장의 인력난도 골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없어 코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면 결국 소비자는 다른 선택지를 찾는다.
문제는 그 선택지가 해외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내 골프장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골퍼들은 일본이나 동남아 등 해외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이때 해외로 나가는 것은 그린피만이 아니다. 항공료와 숙박비, 현지 교통비와 식음료비까지 소비의 상당 부분이 국외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소비와 부가가치가 해외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골퍼 개인의 해외여행이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국내 골프장의 경쟁력이 떨어져 해외 원정골프가 늘어난다면 국내 골프산업이 잃는 것은 매출만이 아니다. 지역의 숙박·음식점·관광업으로 이어질 소비도 함께 빠져나간다. 반대로 국내 골프장이 경쟁력을 유지하면 골프 수요를 국내에 머물게 할 수 있고, 해외 골퍼를 국내로 끌어오는 관광산업의 기반도 지킬 수 있다.
골프장 인력난은 그래서 노동력의 문제가면서 동시에 산업 경쟁력의 문제다. 외국인력을 활용하자는 것도 인건비를 낮추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 없어 국내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를 해외로 흘려보내지 말자는 것이다.
더구나 골프장의 일자리는 코스관리 인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리자와 프로, 경영·기획·마케팅, 시설과 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가 존재한다.
현장 인력이 부족해 골프장 운영 자체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외국인 일자리가 아니다. 골프산업 전체의 일자리와 지역경제다.
여기서 노동정책의 역설이 발생한다.
일자리를 지킨다는 이유로 노동력의 공급을 막았는데, 그 결과 산업 규모가 줄어 오히려 지키려던 일자리까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전면 개방도, 무조건적인 금지도 아니다.
인력난이 확인된 직무와 지역부터 제한적으로 문을 열어보면 된다. 내국인 채용 노력을 우선하고, 임금과 근로조건을 엄격히 관리하면 된다. 일정 기간 시범 운영한 뒤 효과와 부작용을 따져 확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이미 외국인력 정책도 이런 방식으로 업종과 직무를 정하고 있다. 매년 산업별 인력수급과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허용업종과 규모를 조정한다. 골프장이라고 이 같은 검증 절차를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다. 과거에는 국내 노동력만으로 산업의 인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제조업과 농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사람이 부족하다. 정부가 외국인력 제도를 계속 조정하는 이유도 결국 이 현실 때문이다. 2026년에는 E-9과 계절근로(E-8) 등을 합친 비전문 외국인력 도입 규모가 19만1000명 수준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유독 골프장만 예외여야 한다면, 이제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 골프장에 사람이 없는데 사람을 구할 방법까지 막아놓는다면, 그것은 보호인가 방치인가?
골프산업은 이미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와 경쟁하고 있는데 고용은 국경에 갇혀있다.
골프장 외국인력 고용 문제는 사람이 줄어드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의 부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골프장 외국인력 문제는 단순히 외국인을 받느냐 마느냐의 논쟁이 아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노동정책이 현실을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는지 묻는 시험대다.

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데일리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