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돌이 감독’의 신식 야구, 성공하면 대박…김도영 1번·최준용 승부치기가 한국 야구에 던진 질문

‘꾀돌이 감독’의 신식 야구, 성공하면 대박…김도영 1번·최준용 승부치기가 한국 야구에 던진 질문

출처:MHN(MHN 정철우 기자)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꽤 흥미로운 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파격이다. 팀에서 가장 폭발적인 공격력을 가진 김도영을 1번에 세우고, 대표팀 마무리급 투수 가운데 올 시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던 최준용을 승부치기 핵심 카드로 준비했다. 그러나 두 선택...

출처:M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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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정철우 기자)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꽤 흥미로운 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파격이다. 팀에서 가장 폭발적인 공격력을 가진 김도영을 1번에 세우고, 대표팀 마무리급 투수 가운데 올 시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던 최준용을 승부치기 핵심 카드로 준비했다. 그러나 두 선택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기존 야구의 익숙한 역할 분담보다 선수가 가진 능력을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를 먼저 계산했다는 점이다.

성공한다면 단순히 아시안게임에서 통하는 작전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야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타순과 불펜 운용 방식에 새로운 질문을 던질 만한 실험이다.

대표팀은 지난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상무와 마지막 연습경기를 치렀다. 결과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류 감독의 선수 배치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김도영의 1번 기용이었다.

출처: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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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의 전통적인 시각에서 김도영은 1번보다 3번이나 4번이 훨씬 자연스럽다. 홈런을 칠 수 있고 장타 생산 능력이 뛰어난 데다 주자를 불러들이는 힘까지 갖췄다. 흔히 말하는 '해결사'다. 이런 타자를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세우는 것은 어딘가 아깝다는 인식이 강했다.

류 감독은 반대로 접근했다. 김도영이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타격감을 갖고 있다면 한 번이라도 더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팀에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1번 타자는 출루하고 중심타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오래된 역할 구분보다 가장 위험한 타자에게 가장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을 우선했다.

LA 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를 1번에 활용해온 방식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김도영과 오타니가 같은 유형의 타자라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타순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3·4번에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대신 가장 좋은 공격 자원을 최대한 자주 타석에 세우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대표팀의 선수 구성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하위 타순에 박재현과 김지찬 같은 출루와 주루 능력을 갖춘 선수를 놓을 수 있다. 김도영이 빠져도 중심타선에는 노시환, 문보경 등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들이 있다. 기존의 중심타선을 완전히 비워가며 김도영을 1번으로 끌어올리는 모험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타순이 한 바퀴 돈 뒤부터 그림이 달라진다. 8·9번에 배치된 박재현과 김지찬이 살아나가면 그 뒤에 김도영이 등장한다. 기록지에는 1번이지만 경기 중반부터는 사실상 중심타자처럼 활용할 수 있다. 첫 회에는 가장 강력한 타자에게 첫 번째 공격권을 주고, 이후에는 하위 타선이 만든 기회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출처: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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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김도영의 주루 능력까지 더해진다. 선두타자로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는 곧바로 도루까지 의식해야 한다. 장타를 피하려다 볼넷이나 단타를 허용해도 편하게 다음 타자를 상대할 수 없다. 김도영은 전통적인 톱타자처럼 자신의 타격을 출루에 맞출 필요도 없다. 첫 타석부터 자신이 가장 잘하는 공격을 하면 된다. 홈런을 칠 수 있는 공이 오면 넘기면 된다. 류 감독이 바라는 것은 '1번 타자 김도영'이 아니라 '김도영에게 한 번이라도 더 주어지는 타석'에 가깝다.

류 감독의 신식 야구는 마운드에서도 나타났다. 이번에는 최준용이다.

조병현과 박영현은 대표팀에서 경기 후반을 책임질 가장 확실한 카드들이다. 소속팀에서도 마무리를 맡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방식이라면 가장 중요한 승부처 역시 시즌 성적이 좋은 투수에게 먼저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류 감독은 승부치기라는 특수 상황에서 최준용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상무전에서 8회 무사 1·2루 승부치기 상황에 최준용을 투입했고, 최준용은 9개의 공으로 세 타자를 모두 잡아냈다. 첫 타자의 번트 시도를 포수 뜬공으로 만들었고 다음 타자까지 내야 뜬공으로 처리한 뒤 마지막 타자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여기에도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류 감독은 최준용 패스트볼의 '종속'을 장점으로 설명했다. 다만 이를 조금 더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면 핵심은 높은 회전 특성이 만들어내는 패스트볼의 움직임과 타자가 느끼는 체감에 있다. 타자에게 공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떠오르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패스트볼은 정상적인 타격뿐 아니라 번트에서도 까다로울 수 있다.

승부치기는 무사 1·2루에서 시작한다. 공격하는 팀에서는 자연스럽게 번트를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류 감독의 계산이 시작된다. 번트를 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시즌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은 투수보다 번트하기 까다로운 공을 가진 투수가 더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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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용이 바로 그 조건에 들어맞는다.

높은 회전 특성을 가진 빠른 공은 타자가 예상한 궤적보다 위쪽에서 배트에 맞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번트 배트의 윗부분에 정확하게 눌러 대지 못하면 파울이나 뜬공이 나올 가능성도 생긴다.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 하나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승부치기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 최준용의 시즌 전체 성적과 별개로 승부치기라는 한정된 조건에서는 그의 패스트볼이 훨씬 특별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류 감독의 판단이다.

상무전은 그 가설을 실제 상황에서 확인하는 시험대였다. 첫 타자가 번트를 시도했지만 포수 뜬공이 됐다. 가장 위험한 무사 1·2루가 순식간에 1사 1·2루로 바뀌었다. 이후 최준용은 아웃카운트 두 개를 더 잡아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대표팀은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4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여기서 김도영 1번과 최준용 승부치기가 하나로 연결된다.

류 감독은 '누가 1번 타자다운가'보다 '누구에게 가장 많은 타석을 줘야 하는가'를 먼저 물었다. 마찬가지로 '누가 가장 좋은 마무리인가'만 따지지 않고 '승부치기 무사 1·2루에서 누구의 공이 가장 까다로운가'를 생각했다. 시즌 전체를 평가하는 숫자와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능력을 분리해 바라본 셈이다.

이것이 대표팀에서만 가능한 야구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김도영을 1번에 놓고도 중심타선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좋은 타자가 많고, 조병현과 박영현이라는 확실한 필승조가 있기에 최준용에게 특수 임무를 맡길 여유도 있다. 대표팀이라는 특수한 선수 구성이 만들어낸 전략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실험인 것은 틀림없다.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는 중심타선에 배치하고, 불펜은 시즌 성적과 기존 보직을 중심으로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 익숙하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이라는 짧은 승부를 앞두고 그 익숙함을 조금 비틀었다.

좋은 타자에게는 한 타석을 더 주고, 특수 상황에서는 시즌 성적보다 그 상황에 가장 잘 맞는 공을 가진 투수를 찾는다.

김도영 1번이 터지고 최준용이 승부치기를 틀어막는 장면이 실제 아시안게임에서도 나온다면 파급력은 작지 않을 수 있다. 대표팀의 성공적인 전략은 국제대회가 끝난 뒤 KBO리그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가장 강한 타자를 굳이 3·4번에 묶어둘 필요가 있는지, 불펜 투수를 반드시 평균자책점과 세이브 숫자 순으로 중요한 순간에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커질 수 있다.

파격은 실패하면 변칙으로 남지만 성공하면 새로운 방식이 된다. 류지현 감독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꺼낸 두 장의 카드는 그래서 결과만큼 과정이 흥미롭다.

1번 김도영. 승부치기 최준용.

하나는 가장 좋은 타자에게 타석 하나를 더 주기 위한 선택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까다로운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공을 집어넣기 위한 선택이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카드처럼 보이지만 출발점은 같다. 이름값이나 익숙한 보직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를 먼저 따졌다.

류지현의 '꾀'가 통한다면 금메달 이상의 수확을 남길 수도 있다. 한국 야구가 타순을 짜고 불펜을 사용하는 방식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