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이름값 아닌 실력으로 들어오는 곳" 모레노의 첫 출사표

"대표팀은 이름값 아닌 실력으로 들어오는 곳" 모레노의 첫 출사표

"대표팀은 선수의 이름값이나 과거의 경기력이 아닌 지금의 경기력으로 들어오는 곳이다. 무엇보다 대표팀에 들어오고 싶은 의지와 열정이 보여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선임된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스페인)이 국가대표팀 운영에 대한 방향성과 축구철학을 밝혔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충남 천안...

"대표팀은 선수의 이름값이나 과거의 경기력이 아닌 지금의 경기력으로 들어오는 곳이다. 무엇보다 대표팀에 들어오고 싶은 의지와 열정이 보여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선임된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스페인)이 국가대표팀 운영에 대한 방향성과 축구철학을 밝혔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10월 A매치 4경기에 나설 태극전사 3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모레노 감독은 대한축구협회(KFA)와 임시 감독 계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11월까지 A매치 6경기 동안 한국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평가전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2027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까지 계약기간에 연장되는 옵션이 포함되어있다.

지난 1일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후 한국 축구 분석에 매진했다는 모레노 감독은 "따뜻하게 맞아준 대한민국 국민께 감사드린다"라며 "성실하고 정직함을 바탕으로 임하면서 한국축구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모레노 감독은 함께 부임한 5명의 코칭스태프 사단과 함께 한국 선수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꼼꼼히 검토해 이번 30명의 대규모 명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주장 손흥민(LAFC)을 비롯해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포르투)등 기존 핵심 선수들은 변함없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중 엄지성(스완지시티)과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옌스 카스트로프(뮌헨글라트바흐) 등은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관건은 새 얼굴들의 발탁 여부였다. 모레노 감독은 K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인 정승원(FC서울)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여기에 김민수(레인저스)와 김건희(인천), 박태준(김천)은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되는 기쁨을 누렸다. 반면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승우(전북)는 모레노 체제에서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대조를 이뤘다.

"한국 축구 선수 1700여 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대상을 추려 명단을 구성했다. 대표팀에 들어오는 기준은 오직 현재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기준이다. 공격 능력뿐만 아니라 수비 가담과 공수 균형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는 선수를 원한다.무엇보다 대표팀에 들어오고 싶은 의지와 열정이 보여야한다는게 가장 중요하다. 결국 선수선발 과정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인간적인 부분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는 매우 짧다. 그만큼 임시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대표팀에 구현할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큰 것도 사실이다. 모레노 감독은 포지션별로 선수들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과, 4-4-2 중심의 경기모델 확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표팀에 하나의 경기모델을 입히는 건 매우 어렵다. 클럽팀에서도 쉽지 않은데, 대표팀은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 제 경험상 감독이 요구하는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수행할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선수선발 과정에서 각 포지션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대표팀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 경기 모델의 기본은 4-4-2 시스템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최근 2년간 K리그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쓰인 시스템이었다."

축구 팬들은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꼽히는 손흥민이나 이강인같은 핵심자원들의 능력을 어떻게 극대화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손흥민은 홍명보호에서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고, 이강인은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 이후 최근 새로운 팀과 전술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다.

"이번 소집에서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왜 선발되었고, 무엇을 잘하고 있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저는 어떤 결정을 공개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먼저 알려주는 원칙이 있다. 손흥민와 이강인은 모두 알다시피 활용도가 높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이들이 보유한 경험과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중요하다. 기존 주축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게 목표다. 선수 개인에 의존하기보다 조직적으로 단단한 팀을 만들 것이다."

모레노 감독은 정승원과 이승우 등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몇몇 선수들의 발탁과 탈락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소속 팀과 리그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정승원, 김민수, 박태준, 김건희 등은 모두 최근 10경기를 분석한 뒤 경기력과 팀에서 역할을 보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선발했다. (이승우처럼)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선수들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 이런 내용은 공개적으로 하기보다 해당 선수와 직접 이야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축구대표팀은 최근 몇년간 클린스만과 홍명보 체제를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팀내 기강과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모레노 감독은 지난 북중미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하여 알고 있지만,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며 자신의 개인적인 일화를 언급했다.

"그간 대표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벌어진 일들을 배움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축구에서는 경기에 패배하면 이런 문제들이 더 불거지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승리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완화되기도 한다. 저희의 임무는 선수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경기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 이야기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10살 아들이 지난주 발목 부상을 당하며 한달 동안 축구를 못하게 됐다. 상심해있는 아들에게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해줬다. 그게 우리가 통제할수 있고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국가와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부응하기 위하여 노력해야한다."

한국축구와 선수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과 잠재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렸다.

"한국 선수들이 공을 소유하고 점유율을 유지하는 재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윙어나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재능이 매우 마음에 들었고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느꼈다. 다른 포지션들 역시 잠재력이 크며 앞으로 축구스타일 확립을 통하여 발전시켜나간다면 대표팀의 밝은 미래를 확신한다."

모레노 감독은 데이터 축구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이와 관련하여 불명예스러운 의혹중 하나는 이전 소속팀인 러시아 소치 시절, '인공지능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팀을 운영했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모레노 감독은 단호하게 '거짓'이라며 루머를 일축했다.

"이 문제는 이미 러시아 현지에서 구단과 선수들에 의하여 해명되었다. 완전히 거짓이다. 해명된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루머만 퍼졌다. 저는 이런 기술을 축구에 활용하고, 가장 먼저 축구계에 들여온 사람이기도 하다. 10분만 조사해보면 모든 모든 것이 악의적으로 왜곡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해명했고 제 홈페이지에도 상황을 설명해놓았다."

기자회견 내내 모레노 감독은 이전의 감독들과 달리 자신이 추구하는 대표팀의 방향성과 축구철학에 대하여 진중한 태도와 명료하고 정돈된 언어로 설명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호평을 자아냈다. 모레노호는 오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이후 28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 다음 달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 6일에는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각각 상대한다. 모레노 감독은 과연 위기의 한국축구를 재건할 구원자가 될수 있을까.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