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되네?" KIA 이 선수 그만뒀으면 어쩔 뻔했나…"행복해, 지금은 야구 그만 둘 생각 없어요"[인터뷰]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KT의 경기. 7회초 2사 2루 박정우가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email protected]/2026.09.12/[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정말 좋고 행복해요. 지금은 야구 그만둘 생각 없어요."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정우가 드...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정말 좋고 행복해요. 지금은 야구 그만둘 생각 없어요."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정우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7년 KIA에 입단해 벌써 프로 10년차가 됐다. 여전히 '백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진 못했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개막부터 한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92경기에서 101타석에 들어갔다. 커리어하이다.
사실 박정우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올해가 끝나면 야구를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정말 귀한 주전 도약 기회를 놓쳤기 때문. 베테랑 우익수 나성범이 올해부터는 지명타자를 병행하기로 하면서 백업 외야수들은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오디션을 치렀다. 봄까지만 해도 경험이 가장 풍부한 박정우가 1순위로 여겨졌다.
개막 후 판도가 달라졌다. 프로 2년차 후배 박재현이 혜성처럼 나타나 주전 좌익수를 꿰찼다.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를 1루수로 밀어낼 정도. 박재현은 대체 불가 1번타자로 입지를 굳혔고, 올해 신인 김민규까지 대주자로 가치를 증명했다. 까마득한 후배들이 그라운드에서 빛나는 것을 보면서 박정우는 야구를 내려놓을 때가 됐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박정우가 마음을 조금 비우기 시작하면서 야구가 이상하게 잘 풀렸다. 초반에는 주로 대수비로 출전하다 후반기 들어 대타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대타 타율 4할2푼9리(7타수 3안타), 출루율 0.600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박재현이 차출되는 상황을 고려해 박정우를 지난 11일 광주 SSG 랜더스전부터 1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까지 3경기 연속 1번타자로 선발 출전시켰다. 김도영이 코뼈 골절 부상으로 12일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해 여러모로 타선에 변화가 필요했다.
박정우는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3경기에서 타율 4할1푼7리(12타수 5안타), 2타점, 5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박정우는 "(1번타자로) 타석에 많이 나가서 좋다. 경기 나가는 게 일단 더 좋다. 9번이든 1번이든 그냥 경기 나가는 게, 만족한다는 표현은 안 맞고 그저 좋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라고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박정우는 "타석에서 결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려고 했다. 홈런 치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것, 공 잘 보고 출루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렇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가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기회가 왔다고 더 오버하면 안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어서 하던 대로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범호 감독은 "(박)정우는 확실히 공을 보고 치고 플레이하는 능력은 충분히 갖고 있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풀로 다 뛸 수 있는 게 약했다. 외야수들이 멤버가 좋은 상태에서 경기하다 보니 백업으로 출전을 많이 하게 됐다. 선발로 내보니까 본인이 체력만 잘 관리하면 될 것 같다. 공도 잘 보고, 수비도 좋고, 어깨도 좋은 선수다. (박)재현이가 아시안게임에 가면 정우가 남은 경기에 중용될 것 같다. 남은 14~15경기 정도 보면 에버리지(타율)가 나오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정우가 어떤 선수가 될지 궁금해진다"고 극찬했다.


박정우는 "감독님께서 원래 이렇게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해주셨지만, 더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나보다 더 잘하면 당연히 그 친구가 경기에 나가야 되고, 그런 건 나는 불만도 없다. 지금 잘하면 됐다. 나도 아직 풀타임을 뛴 적이 없어서 어떨지 궁금하다. 벌써 온몸에 알이 배기긴 했다(웃음). 출루를 이렇게 많이 한 적은 처음이라.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백업 10년차. 사실 주전보다 적은 기회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박정우는 "역적 아니면 영웅이다. 백업은 경기에 나가면 당연히 해내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보면 주전보다 무게가 더 무겁기도 한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 주전 도약까지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다.
박정우는 "'이게 되네?' 하고 있다. 진짜 내려놓은 순간 잘 되니까. 그렇다고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정말 좋다. 행복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야구장에 가족을 초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진짜 주전이 됐을 때 부를 생각이다.
박정우는 "아직 내가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오시면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또 우리 엄마 아빠인지 팬들은 모를 텐데, 내가 못해서 욕하면 부모님이 들을 까봐. 내가 주전으로 2~3년은 뛰어야 진짜 주전이니까. 3~4년 뒤에는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가을야구 때는 초대할 것이다. 축제니까. 정규시즌에는 아직 초대 절대 안 한다"고 단언했다.
그래도 언제나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박정우는 "매일 엄마 아빠한테 연락이 온다. 더 잘해야 한다. 그동안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꾸준하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더 잘하려 하는 것은 욕심이고, 다치지 않고 팀에 피해만 끼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출처: 스포츠조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