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실패 뒤 첫 명단…익숙한 얼굴보다 대표팀 깨울 ‘젊은 피’가 필요하다

월드컵 실패 뒤 첫 명단…익숙한 얼굴보다 대표팀 깨울 ‘젊은 피’가 필요하다

한국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한 나라들은 벌써 다음 월드컵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월드컵 이후 첫 A매...

한국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한 나라들은 벌써 다음 월드컵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월드컵 이후 첫 A매치에 누구를 부르느냐가 출발점이다. 월드컵 실패 뒤 선수를 대거 바꾸는 팀이 있는가 하면 기존 주축을 그대로 믿는 팀도 있다. 감독만 바꾸고 선수단 변화는 최소화하는 팀도 있고, 명단 발표에 앞서 새로운 경쟁을 예고한 팀도 있다.

가장 큰 변화를 택한 나라는 브라질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호주·인도와 평가전을 위해 뽑은 26명 중 월드컵 멤버는 9명뿐이다. 17명이 달라졌다. 8명은 A대표팀에 처음 뽑혔다. 월드컵 당시 평균 28.8세였던 평균 연령도 24.4세까지 내려갔다. 안첼로티는 다음 월드컵을 향한 새로운 사이클에서 젊은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루과이는 ‘소폭 변화와 폭넓은 경쟁’ 쪽이다. 디에고 포를란 임시 감독은 일본, 한국, 인도와 평가전을 앞두고 무려 46명 예비명단을 만들었다. 월드컵에 간 26명 가운데 21명이 포함됐다. 에콰도르도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마르셀로 가야르도 감독은 한국·일본전을 앞둔 예비명단에 월드컵에 가지 못했던 로베르트 아르볼레다를 다시 넣었다.

반대편에는 크로아티아가 있다. 감독은 즐라트코 달리치에서 슬라벤 빌리치로 바뀌었지만 선수들은 거의 그대로다. 월드컵 26명 가운데 21명이 새 명단에도 들어갔다. 40세가 넘은 루카 모드리치도 여전히 중심이다. 멕시코도 기존 틀 유지에 가깝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밑에서 코치를 맡은 라파엘 마르케스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마르케스는 기존 대표팀과의 연속성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변화를 예고한 팀들도 있다. 독일은 위르겐 클롭 감독이 오는 17일 첫 명단을 발표한다. 네덜란드도 사비 에르난데스가 새로운 지휘봉을 잡았고 18일 첫 명단을 공개한다. 두 나라 모두 월드컵 이후 감독부터 바꾼 만큼 첫 명단이 어느 정도 달라질지가 관심거리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대표팀 감독은 2030년 월드컵을 향해 “새로운 출발”이라고 선언했다. 오는 17일 발표할 26명에는 경험 많은 선수와 젊은 선수를 함께 넣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한국은 월드컵에서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감독까지 바뀌었다. 결과만 나빴던 것도 아니다. 2,3차전에서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경기 태도를 두고 비판이 나왔다. 대표팀의 연령 구조도 다음 월드컵까지 생각하면 그대로 가져가기에는 부담이 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은 14일 에콰도르·우루과이·베네수엘라·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첫 대표팀을 발표한다. 익숙한 이름만 가득한 명단이 아니었으면 한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등 여전히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를 나이 때문에 일부러 뺄 이유는 없다. 반대로 이름값 때문에 월드컵 멤버 다수를 그대로 뽑는 것도 근시안적이다. 경쟁 없는 대표팀은 절대 강해질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수차례 확인했다. 이름값보다 최근 경기력, 과거 공헌보다 앞으로 가능성을 더 많이 봐야 할 시점이다.

새 감독의 첫 명단은 단순한 평가전 참가자 명단이 아니다. 팬들에게 앞으로 대표팀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첫 메시지다. 브라질처럼 17명을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기존 멤버를 거의 대부분 뽑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누구보다 많이, 열심히 뛰는 선수, 기존 주전을 긴장시키는 젊은 선수, 대표팀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선수, 팬들에게 한국축구에 대한 희망을 갖게할 젊은피가 필요하다.

월드컵 실패 뒤에 보고 싶은 것은 익숙한 얼굴들의 재소집이 아니다. 새로운 경쟁이고, 새로운 에너지이며, 다시 기대하게 만드는 얼굴들이다. 모레노의 첫 대표팀이 그런 대표팀이기를 기대한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