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최리’ 임명옥의 시간은 2월 2일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임명옥 인터뷰①]

IBK ‘최리’ 임명옥의 시간은 2월 2일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임명옥 인터뷰①]

[용인=남정훈 기자] 2026년 2월 2일. IBK기업은행의 ‘최리’(최고의 리베로) 임명옥은 평생 이 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GS칼텍스와의 맞대결에서 1세트 9-15에서 상대 공격수 지젤 실바(쿠바)의 페인트 공격을 커버하려던 임명옥은 다이빙하지 못하고 후위에서 주저앉아버렸다. 그 순간 알았다. ‘아, 크게 잘못...

[용인=남정훈 기자] 2026년 2월 2일. IBK기업은행의 ‘최리’(최고의 리베로) 임명옥은 평생 이 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GS칼텍스와의 맞대결에서 1세트 9-15에서 상대 공격수 지젤 실바(쿠바)의 페인트 공격을 커버하려던 임명옥은 다이빙하지 못하고 후위에서 주저앉아버렸다. 그 순간 알았다. ‘아, 크게 잘못 됐구나’

다친 뒤 병원을 가는 동안 마음 속으로는 ‘제발 아니어라, 아니길’이라고 빌었지만, 이미 스스로 알았다.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는 것을. 예상을 했기에 오른쪽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생각을 했다. ‘아, 이제 선수 생활을 그만해야겠구나’

다치고 이튿날 오전 바로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에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도 임명옥의 향후 거취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 오롯이 임명옥에게 결정을 맡겼다.

깁스를 하고 지내는 동안은 배구를 멀리할 법도 했지만, 임명옥은 소속팀인 IBK기업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의 경기도 모두 챙겨봤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싶으면서도 보게 되더라고요. ‘아니, 저걸 왜 못 잡아?’, ‘나였으면 저거 잡았다’ 이런 말을 내뱉으면서 보던 저를 보며 남편은 그런 생각을 했대요. ‘정말 은퇴하고 싶었다면 저렇게 배구를 볼까?’라고”

그렇게 배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임명옥을 움직인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임명옥의 팬으로 추정되는 이의 블로그의 게시글이었다. 제목이 ‘임명옥의 시간은 2월 2일에 멈췄다’던 이 글에서는 임명옥이 과연 은퇴를 할지, 코트로 복귀할지를 다루고 있었다. “그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만약 은퇴를 해도 ‘임명옥은 최고였다’라고 기억해주시긴 하겠지만, 부상으로 안타깝게 선수 생활을 접은 선수로 볼 거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바꿨죠. 최선을 다 해 복귀를 하고, 건재함을 보여줘서 ‘큰 부상을 당했지만, 여전히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고 은퇴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수술 후 2주 뒤부터 재활에 들어가게 된거죠”

부상을 당하고 약 7개월이 흐른 지난 11일 용인 기흥의 IBK기업은행 연수원에서 팀 훈련을 소화하는 임명옥의 몸놀림은 놀라웠다.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던 선수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세가 빨랐다.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해 리시브와 디그를 척척 해내고, 이단 연결 훈련까지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렇다. 임명옥의 시간은 2월 2일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흐르고 있었다.

임명옥은 “한창 좋았던 때를 100%으로 본다면 지금은 한 80% 정도되는 것 같아요. 아킬레스건 부상이란 게 회복이 잘 되어도 운동능력을 많이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 팀 훈련 중에 다이빙 연습을 하는 걸 지켜보던 (김)학민 코치님께서 ‘명옥아, 어떻게 작년보다 더 빨라진 것 같냐’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어떤 칭찬보다 기뻤어요. 점점 부상 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최근 훈련 때는 코트 뒤로 공이 빵 떴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방향전환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에잇, 그냥 한 번 해보자’라고 확 돌아섰는데 괜찮더라고요. 근데 정작 발은 따라갔는데, 손으로 받아올리는 걸 실패했지 뭐에요. 그래도 이제 방향 전환이나 이런 것에도 트라우마가 거의 없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죠. 아직 시즌 시작까지는 꽤 남았으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끌어올리려고요”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까지는 눈물겨운 재활 과정이 있었다. 선수단 전체가 휴가를 받았을 때도 임명옥은 혼자서 팀 훈련장에서 먹고 자며 재활에 매달렸다.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쳐서 운전조차 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숙소에서 재활을 하고 금요일에 남편이 데리러왔었죠. 그래서 팀 숙소에 혼자 남았던 거에요”

재활 도중 은퇴를 다시 고민했을 때도 있었다. 1986년생 동갑내기이자 V리그에 남은 유일한 원년 드래프티 동기인 황연주의 은퇴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한창 재활 중일 때 (황)연주 은퇴 얘기를 들었을 때 ‘나도 이제 그만해야 되나. 나도 은퇴하라고 이렇게 다치는 시련을 준건가’ 싶긴 했죠”

그래도 독한 마음으로 재활 과정을 버티던 임명옥은 딱 한 번 눈물을 흘렸다고. “재활하면서 목표로 잡은 것 중 하나가 절대 울지 말기였어요. 근데 7월 말쯤 ‘현타’가 한 번 오더라고요. 5월부터 후배들이 숙소에 합류해서 레크레이션도 하고, 새로 온 일본인 코치님들과 재밌는 훈련을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문을 안 닫았거든요. 그 소리를 듣는 게 자극제였으니까. 그런데 7월말쯤에 후배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는 데 그게 너무 부럽더라고요. 그때 또르르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재활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리 크게 다쳐본 적 없는 자신이 왜 이렇게 다쳤을까. 임명옥이 내린 결론은 ‘운동을 너무 많이 했다’였다. 2024~2025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으나 10년간 뛰었던 도로공사로부터 제대로 된 FA 계약 제의조차 받지 못했던 임명옥은 쫓기듯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IBK기업은행에 합류해야 했다. 연봉도 1억5000만원으로 전 시즌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 그랬기에 임명옥은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여전히 최고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 열심히 운동에 매달렸고,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게 탈이 났다는 게 임명옥의 분석이다.

지난 시즌만 해도 도로공사만 만나면 밉고, 무조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이 다 사라졌다. 마침 인터뷰 전날 도로공사와 연습 경기를 가졌던 임명옥은 “이제 담담해진 것 같아요. 이제는 그저 다른 팀이라는 생각만 들 정도로요. 친분이 있었던 후배들이 저를 안아주고 가면서 ‘언니, 이제는 언니가 여기 사람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 것 같아요. 다가올 시즌엔 도로공사를 만나도 다른 팀들과 똑같은 감정으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출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