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떠나 그린 위 ‘참스승’으로… 방극천 “코치는 정답 주는 사람 아닌 길잡이”

마운드 떠나 그린 위 ‘참스승’으로… 방극천 “코치는 정답 주는 사람 아닌 길잡이”

방극천 프로가 지난 9일 전북 군산CC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극천 프로 제공“스스로 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립심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둡니다. 코치는 정답을 떠먹여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조력자여야 합니다.” 선수에게 단순히 공을 잘 치는 기술만 주입하지 않는다. 라운드 중 퍼팅 라인을...

방극천 프로가 지난 9일 전북 군산CC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극천 프로 제공
방극천 프로가 지난 9일 전북 군산CC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극천 프로 제공

“스스로 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립심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둡니다. 코치는 정답을 떠먹여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조력자여야 합니다.”

선수에게 단순히 공을 잘 치는 기술만 주입하지 않는다. 라운드 중 퍼팅 라인을 직접 읽게 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스스로 찾아 먼저 요청하도록 유도한다. 골프 기술 이전에 프로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책임감과 인성을 먼저 묻는다. 20여 년간 수많은 골프 유망주를 길러낸 방극천 프로의 흔들림 없는 교육 철학이다.

최근 경기 성남 남서울CC에서 만난 방극천은 “오랜 기간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대목 중 하나가 프로로서의 자세”라며 “단순히 타수를 줄이는 요령을 넘어 투어 선수로서 감내해야 할 책임감과 인성을 기르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방극천의 이력은 꽤 독특하다. 1969년생인 그는 199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의 1차 지명을 받은 투수 출신이다. 하지만 1994년과 1995년 1군 무대에서 단 2경기에 나서 3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결국 1997년 동계 훈련 중 찾아온 오른쪽 어깨 인대 파열로 정든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선수 생활의 막막한 기로에서 골프는 새로운 돌파구였다. 지인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그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피나는 연습을 거듭한 끝에 2001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서른둘의 늦은 나이였다. 그는 “투수의 투구 동작과 골프 스윙은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뒤늦게 골프채를 잡았음에도 약 4년 만에 프로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야구를 통해 익힌 감각 덕분”이라고 돌아봤다.

늦게 시작한 탓에 투어 무대에서의 경쟁은 쉽지 않았다. 약 6년간 선수로 뛰며 한계를 느낀 그는 빠르게 지도자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승을 거둔 하민송이 그의 대표적인 제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김세영도 잠시 그에게 지도를 받았다. 지금은 전북 군산CC 연습장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방극천 프로가 지난 9일 전북 군산CC에서 제자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서지은을 지도하고 있다. 방극천 프로 제공
방극천 프로가 지난 9일 전북 군산CC에서 제자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서지은을 지도하고 있다. 방극천 프로 제공

현장에서 그가 기술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요소는 단연 ‘어드레스’다. 정해진 법식과 같은 어드레스를 견고하게 다진 뒤 선수의 생김새, 유연성, 근육량 등 신체적 격차에 맞춰 가장 적합한 스윙 밸런스를 찾아주는 작업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반면 눈앞의 성적에만 매몰된 국내 골프 교육 현실에는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코치의 장기적인 훈련 철학을 존중하기보다, 단기 속성 과외처럼 당장의 타수 줄이기에만 급급한 세태 탓이다. 그는 “골프 코칭이 단순히 스윙 기술만 사고파는 비즈니스로 변질해선 곤란하다”며 “미국 PGA투어의 ‘클래스 A’처럼 골프의 역사부터 룰, 매너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한국형 지도자 양성 시스템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베테랑 지도자 타이틀을 달고도 그는 배움 앞에서 체면을 내려놓는다. 30~40대 후배 프로가 주최하는 레슨 세미나 및 연구 모임에 수시로 찾아가 최신 스윙 이론과 데이터를 익힌다. 방극천은 “코치 스스로 과거의 경험에 갇혀 성장이 멈추면 10년 이상 믿고 땀 흘려야 할 어린 제자들의 앞날을 책임질 수 없다”며 “부족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양분을 채워 넣는 것이 지도자의 가장 큰 의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단순한 개인 레슨을 넘어 한국 골프 코칭의 산업적 토대를 다지는 일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방 프로는 과거 KPGA 기술교육위원을 지내며 주먹구구식 교육에서 탈피하고자 PGA 투어 클래스 A를 벤치마킹한 지도자 심화 과정을 직접 기획해 도입했다.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자립하려면 기술 훈련은 물론 멘털 관리, 심리, 나아가 세무 지식까지 아우르는 실질적인 교육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방극천은 “올바른 철학을 갖춘 지도자가 현장에 많아져야 한국 골프의 토대가 더욱 튼튼해진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골프 꿈나무들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성남=서재원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