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32승’ 페덱에게 치욕 안긴 KIA…이번에도 ‘뻔한 투수’일까, 다시 ‘낯선 투수’일까
7월30일 KIA전 5이닝 6실점, KBO 데뷔 3경기 만에 첫 패배 낯섦 사라지자 집중 공략…김도영 홈런 이후 패턴 바꾸고 추가 실점 ‘0’ 폭염 브레이크 뒤 ‘제3의 개막전’ 선발 중책…진짜 에이스 증명할 리턴매치

(MHN 정철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크리스 페덱에게 다시 한번 에이스의 임무를 맡긴다. 그런데 상대가 묘하다. 페덱에게 KBO리그 진출 이후 가장 큰 수모를 안겼던 KIA 타이거즈다.
페덱은 11일 KIA전에 선발 등판한다. 폭염 브레이크 이후 삼성이 치르는 첫 경기다. 긴 휴식 뒤 다시 시작되는 일정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또 하나의 개막전이다. 전반기 개막전과 후반기 개막전에 이어 ‘제3의 개막전’이라 불러도 좋을 경기다.
삼성 입장에서는 의미가 작지 않다. 폭염 브레이크를 어떻게 보냈는지, 남은 시즌을 어떤 흐름으로 끌고 갈 것인지를 처음 확인하는 무대다. 긴 휴식 뒤 첫 경기에서 페덱을 선발로 내세운다는 것은 그를 향한 삼성의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페덱에게는 단순한 후반기 재출발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 있기 때문이다.

페덱은 지난 7월30일 KIA를 상대로 5이닝 동안 6피안타를 맞았다. 그중 2개가 홈런이었다.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줬고 삼진은 7개를 잡았지만 6실점으로 무너졌다. KBO리그 데뷔 이후 세 번째 등판 만에 당한 첫 패전이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32승을 거뒀고 삼성 입단 직전까지 현역 메이저리거였던 페덱에게 KBO리그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준 팀이 바로 KIA였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6점을 내줬다는 결과가 아니다. 그날 페덱이 왜 무너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두 경기에서 페덱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낯섦’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선발 투수로 살아남은 경험에 다양한 구종과 경기 운영 능력이 더해졌다. KBO리그 타자들 입장에서는 처음 상대하는 투수였고 페덱이 만들어내는 볼 배합과 승부 패턴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 등판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KIA는 페덱의 앞선 두 경기를 충분히 분석한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페덱 역시 첫 두 경기에서 재미를 봤던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낯선 투수라는 프리미엄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는데 페덱이 던지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익숙해져 있었다.
그 틈을 KIA가 놓치지 않았다.

특히 2회 집중타를 맞으며 대거 5점을 빼앗긴 과정은 의미가 있었다. 단순히 공이 몰려서 맞았다고만 보기 어려웠다. KIA 타자들이 페덱의 승부 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올 만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첫 두 경기에서는 타자들이 페덱의 다음 선택을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KIA전에서는 반대로 페덱이 타자들에게 선택지를 읽힌 듯한 장면이 나타났다.
페덱처럼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는 투수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구종 하나의 위력이 떨어졌을 때가 아니다. 여러 개의 구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던질지가 상대에게 읽히기 시작할 때다. 선택지가 많다는 장점이 오히려 의미를 잃게 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 다음부터다.
페덱은 3회 김도영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볼 배합을 달리하며 KIA 타자들이 예상하기 어려운 승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이미 경기 초반 너무 많은 점수를 허용한 뒤였기 때문에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11일 리턴매치를 앞두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KIA가 페덱이라는 투수 자체를 완벽하게 공략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페덱이 들고나온 특정한 패턴을 공략했다고 봐야 하는지가 이번 맞대결에서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1일 경기는 페덱에게 일종의 시험대다.
첫 번째 KIA전과 똑같은 페덱이라면 다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KIA 타자들은 이미 한 차례 페덱의 공을 직접 경험했다. 영상 분석과 데이터만으로 상대하는 것과 타석에서 실제 공을 보고 난 뒤 다시 만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제 KIA 타자들에게 페덱은 처음 보는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가 아니다.
반대로 페덱에게도 무기가 생겼다. 자신이 어떻게 공략당했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KIA가 어떤 패턴을 노렸는지, 어떤 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냈는지, 자신의 어떤 선택이 반복됐는지를 되짚어볼 시간이 충분했다. 폭염 브레이크까지 겹치면서 첫 맞대결을 복기하고 새로운 해답을 준비할 여유도 있었다.
결국 핵심은 다시 ‘낯선 투수’가 될 수 있느냐다.
구종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구종을 갖고도 순서를 바꾸고, 카운트별 선택을 달리하고, 타자의 예상과 반대되는 승부를 할 수 있다면 전혀 다른 투수가 될 수 있다.
좋은 투수와 에이스의 차이도 이런 대목에서 드러난다. 처음 보는 타자를 압도하는 것은 좋은 공을 가진 투수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한 번 자신의 패턴을 경험한 타자가 분석을 마치고 다시 덤벼들었을 때 그 분석을 다시 넘어서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다.
페덱에게 이번 KIA전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은 페덱을 단순한 외국인 선발 한 명으로 영입한 것이 아니다. 우승 경쟁에서 확실하게 계산할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를 기대했다. 메이저리그에서 32승을 거둔 경력도 그런 기대를 키웠다.
에이스라면 같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자신에게 첫 패배와 6실점이라는 치욕을 안긴 상대와 다시 만났을 때 어떤 답을 내놓는지는 에이스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더구나 11일은 삼성에도 중요한 출발점이다. 폭염 브레이크라는 긴 쉼표를 찍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첫날이다. 삼성은 가장 중요한 첫 경기를 페덱에게 맡겼다. 그만큼 믿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페덱이 답할 차례다.
KIA는 이미 페덱을 한 번 무너뜨렸다. 페덱의 공도 봤고 어떤 방식으로 승부하는지도 경험했다. 첫 대결 때 가지고 있었던 ‘현역 메이저리거’라는 이름의 위압감도 이전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5이닝 6실점을 만들어냈다는 자신감까지 갖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승부다.
KIA의 분석이 한발 더 앞설 것인가. 아니면 페덱이 그 분석을 역이용해 새로운 답을 내놓을 것인가.
첫 번째 대결에서 페덱은 KIA에 ‘뻔한 투수’가 되는 순간 무너졌다. 그리고 뒤늦게 패턴을 바꾼 뒤에야 실점을 멈출 수 있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달라야 한다.
치욕을 안긴 KIA를 다시 만난 페덱. KIA 타자들에게 여전히 읽을 수 있는 ‘뻔한 투수’인지, 아니면 메이저리그 32승의 경험을 앞세워 다시 ‘낯선 투수’로 돌아올 수 있을지 확인할 시간이 왔다.
11일 KIA전은 페덱의 복수전인 동시에 삼성의 에이스가 진짜 에이스인지를 확인하는 리턴매치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