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구단주 대행의 수상한 선거 운동..."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출처:KIA 타이거즈(MHN 정철우 기자) KBO 총재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자리다. 10개 구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한국 야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특정 구단의 이익을 대변해서도 안 되고, 특정 인물의 영향력 아래 놓여서도 곤란하다. 그런데 차기 총재 선출을 앞두고 한 구단주...

(MHN 정철우 기자) KBO 총재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자리다. 10개 구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한국 야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특정 구단의 이익을 대변해서도 안 되고, 특정 인물의 영향력 아래 놓여서도 곤란하다. 그런데 차기 총재 선출을 앞두고 한 구단주 대행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야구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부터 다른 구단에 대한 접촉까지 지나치게 적극적이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좋은 총재를 뽑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논란의 중심에는 A구단주 대행이 있다. A구단주 대행은 올해 초부터 야구계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사들에게 차기 총재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총재 선출 과정에서 구단이 후보를 추천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 총재에게 뚜렷한 결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찌감치 대안을 찾으려 했다는 점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한 원로 야구인은 "A구단주 대행이 올 초 영향력 있는 야구인들에게 총재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문자를 많이 보냈다. 현 총재가 큰 흠결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나서 총재 후보를 구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인 출신 총재가 일을 잘하니 야구인 총재로 맞불을 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자신의 힘만으로 안 될 것 같으니 야구인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내세우려 했던 것 같다. 의도가 좋지 않아 보여 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원로의 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후보 추천 요청 자체보다 그 배경에 대한 야구계의 시선이다. 새로운 총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후보를 찾은 것이 아니라, 현 체제를 바꾸기 위해 후보부터 물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만으로 A구단주 대행의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총재 선출을 앞둔 시점에 영향력 있는 야구인들을 상대로 후보 추천을 요청했다는 증언은 그 움직임의 성격을 따져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후의 행보다. 야구인들을 통한 후보 발굴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번에는 수도권의 다른 구단인 B구단과 연결된 후보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 인물이 바로 이종훈 전 대한야구협회장이다.

이 전 회장의 이름이 등장한 배경에는 두 구단과의 인연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야구계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A구단주 대행과 사업적으로 연결된 관계이며, B구단 구단주와는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인연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관계가 실제 후보 추천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후보의 야구 행정 능력만을 놓고 평가가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할 만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전 회장이 KBO 총재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 전 회장은 대한야구협회장 재임 시절 재정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고 침체된 고교야구의 인기를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러한 약속이 충분한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협회 운영과 아마추어 야구 발전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여기에 과거 성추문에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의혹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처리 결과는 별도로 확인해야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대표할 후보라면 과거 행적에 대한 검증을 피할 수 없다. 총재 후보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히 결격 사유가 없다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리그의 미래를 책임질 능력과 도덕성, 구단 간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할 독립성까지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전 회장의 추천 배경은 더욱 중요해진다. 야구 행정에서 검증된 성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인지, 아니면 A구단주 대행과 B구단 구단주 양측 모두에게 익숙하고 우호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후보로 떠오른 것인지에 따라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A구단주 대행의 영향력 행사 논란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수의 전직 총재가 재임하던 시기에도 A구단주 대행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한 야구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A구단주 대행이 자신이 추천한 총재와도 인사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총재 취임 과정에서 사전 협의 없이 특정 인물을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앉히려 했고, 해당 총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관계가 급격히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총재가 됐다고 해서 인사권까지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자 갈등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총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총재가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사퇴 가능성을 언급하자 A구단주 대행이 이후 여러 차례 퇴진 시점을 물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관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질문이 반복되면서 결국 사퇴를 압박하는 것으로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두고 총재가 임기 중 물러날 경우 후임 선출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이는 관계자의 해석으로, 실제로 A구단주 대행이 그러한 목적을 갖고 움직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증언들이 갖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총재를 선출하는 과정뿐 아니라 총재가 취임한 이후에도 특정 구단 인사의 영향력이 계속 작용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추천한 인물이 총재가 됐더라도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면 갈등이 생기고, 자신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교체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현 총재 선출 및 연임 과정에서도 A구단주 대행이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주장이 있다. 한 관계자는 당시 다수 구단이 현 총재를 지지했지만 A구단주 대행 측은 상당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공식적인 선출 결과와 별개로 내부에서는 구단 간 의견 차이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구단들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야구계 고위 관계자는 A구단주 대행이 여러 구단주에게 연락하며 차기 총재 선출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구단에서는 이러한 접촉을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해당 관계자는 A구단주 대행이 구단의 실무 책임자나 대표이사를 통하지 않고 모기업의 최고위층에 직접 접촉하려 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후보 추천을 넘어 다른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부분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각각 독립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총재 선출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구단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특정 구단의 관계자가 다른 구단의 판단까지 좌우하려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단마다 한 표씩 행사하는 선거에서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표의 무게가 달라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이 더욱 씁쓸한 이유는 정작 한국 야구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는 관중 증가와 흥행이라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아마추어 야구의 저변 확대, 유망주 육성 체계 개선, 국제 경쟁력 회복, 구단 간 수익 구조 조정 등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문제들이다.

차기 총재를 논의한다면 이러한 과제를 누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어떤 비전을 갖고 있고, 이를 실현할 능력이 있으며, 10개 구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얼마나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제기되는 의혹의 핵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누가 누구와 가까운지, 어느 구단주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지, 누가 후보를 추천하고 다른 구단을 설득하는지가 선거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전 회장의 후보 추천을 둘러싼 의문도 결국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B구단 역시 자신들과 가까운 인물이 총재가 되면 구단 운영에 유리한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로 그런 기대를 갖고 이 전 회장을 추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만큼, 후보 추천의 경위와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A구단주 대행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현 총재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전 회장을 비롯한 다른 후보들이 현 체제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총재 선출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선택이 타당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야구계에서는 특정 인물의 영향력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재가 바뀔 때마다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같은 인물의 이름이 등장한다면 개인 간 감정싸움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한국 프로야구의 의사결정 구조가 충분히 독립적이고 투명한지 돌아봐야 할 문제다.
물론 지금까지 제기된 주장만으로 A구단주 대행이 부당한 목적을 갖고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관계자들의 증언에는 직접 경험한 사실과 전해 들은 이야기, 개인적인 해석이 섞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것이 당사자들의 설명과 객관적인 검증이다.
총재 선거는 특정 인물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무대가 아니다. 10개 구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 가장 적합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A구단주 대행의 잇따른 후보 물색과 다른 구단 접촉이 순수하게 한국 야구를 위한 행동이었다면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면 된다. 반대로 특정 인물에게 우호적인 총재를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면 그에 따른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를 둘러싼 의혹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
A구단주 대행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한국 야구를 이끌 유능한 총재인가, 아니면 자신의 뜻을 잘 들어줄 총재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번 총재 선거의 성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출처: MHN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