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축구, 박지성의 리더십이 그립다
▲ 10월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김민재가 베네수엘라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이번에는 주축 선수들의 '내분설'과 '은퇴설'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북중미월드컵의 아쉬운 결과 이후 철저한 반성과 새로운 변...

▲ 10월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 김민재가 베네수엘라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이번에는 주축 선수들의 '내분설'과 '은퇴설'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북중미월드컵의 아쉬운 결과 이후 철저한 반성과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지만, 대표팀을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이 과정에서 9년째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과 대표팀의 주축인 '96년생 3인방(김민재·황인범·황희찬)'의 역할과 책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우즈베키스탄과의 9~10월 A매치 4연전 마지막 경기인 10월 6일 경기 직후 대표팀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국가대표팀 동반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해당 선수들과 긴급 면담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후 황인범은 취재진의 질문에 은퇴설을 부인했지만, 김민재와 황희찬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출국했다. 축구협회는 이들의 은퇴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일단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대표팀 내부 분위기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A매치 소집 기간 동안 심상치 않은 장면들이 여러 차례 포착된 것도 이러한 의혹을 키웠다. 김민재는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에서 교체된 뒤 벤치에서 축구화를 내던지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수비진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일부 발언은 동료들의 플레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황인범 역시 대표팀을 둘러싼 상황에 답답함을 드러내며 감정이 북받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전 직후에는 김민재, 황희찬과 함께 세 선수만 따로 그라운드에 나와 서로 부둥켜안고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손흥민과 이재성 등 1992년생 선수들과 김민재·황인범·황희찬으로 대표되는 1996년생 선수들 사이에 불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여러 언론을 통해 불거졌다. 다만 선수들 사이의 실제 갈등이나 세대 간 파벌이 확인된 것은 아닌 만큼 추측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만의 책임 아니다

▲ 10월 6일 경기 용인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프리킥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선 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손흥민은 A매치 151경기에서 59골을 기록한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선수다. 2018년부터 대표팀 주장을 맡아 오며 오랜 기간 선수단을 이끌어 왔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해 온 만큼 주요 대회마다 불거진 여러 논란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왔다.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에는 개인 트레이너의 대표팀 동행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으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이강인과 충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표팀 내부 갈등이 큰 관심을 모았다.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도 일부 국내 취재진의 '선수 험담'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표팀의 인터뷰 보이콧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일부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과 이재성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중단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선수단 내부에서도 인터뷰 재개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손흥민이 주장이라고 해서 대표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장에게는 선수단을 이끌고 갈등을 조율할 역할이 있지만, 대표팀의 분위기와 결속력은 주장 한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선수들 사이의 신뢰와 소통, 대한축구협회의 체계적인 관리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손흥민 개인의 리더십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오히려 주장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선수단 전체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함께 돌아봐야 한다.
설사 선수단 내 갈등이 있더라도 이를 중재하고 봉합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은 주장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는 주장 혼자만의 몫은 아니다. 고참 선수들 역시 팀의 중심축으로서 갈등을 줄이고 후배들을 이끌 책임이 있다.
북중미월드컵 인터뷰 보이콧 사건 당시에도 선수단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특정 선수의 결정만을 문제 삼기보다는 대표팀 구성원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합의를 이뤄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번 A매치 4연전에서도 손흥민보다 후배인 김민재나 황인범이 여러 차례 팀분위기를 흔들수 있는 돌출 언행을 했다. 급기야 손흥민의 A매치 득점 신기록이 나온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경기 후 1996년생 3인방의 동반 은퇴설까지 불거졌다. 팀의 기록과 성과를 축하해야 할 순간에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손흥민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최근 1996년생 선수들의 태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도 어느덧 엄연한 30대 베테랑이 됐다.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고 여러 메이저 국제대회를 경험했다. 손흥민·이재성·김승규·조현우 등을 제외하면 대표팀 내에서도 경험과 영향력이 상당한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 대표팀에서 보여준 태도에는 석연치 않은 의문이 남는다. 물론 선수로서 대표팀의 문제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거나,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그 권리에는 동시에 책임감도 따른다.
한국축구가 지금 큰 위기이고 자신들이 대표팀에서 비중을 뻔히 알면서, 불만을 감정적으로 표출하고 심지어 대표팀 동반 은퇴설까지 터져나오며 팀 분위기를 흔들었다는 것은 책임감있는 국가대표의 자세와 거리가 멀다.
언젠가 손흥민이 주장직에서 물러나거나 대표팀에서 은퇴한다면, 그다음은 96년생 선수들이 리더의 역할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대표팀 내 최고참급 선수들이 서로 신뢰를 쌓고 팀을 하나로 묶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동료와 후배들 역시 이들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박지성이 보여준 리더십이 필요하다

▲ 박지성은 베테랑과 신세대, 유럽파와 K리거를 두루 아우르며 팀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서로 다른 개성과 배경을 지닌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며 팀의 결속력을 높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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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가대표팀의 혼란스러운 현재 상황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은 바로 박지성이다. 한국축구의 전설인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는 주장까지 역임하며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원정 월드컵 16강 신화를 이끈 주역이었다.
박지성이 국가대표 주장직을 맡았던 기간은 약 2년에 불과했지만, 지금까지도 이상적인 리더의 모범으로 회자된다. 당시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며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슈퍼스타였지만, 자신의 명성이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묵묵히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통해 동료와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본받고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당시 대표팀에는 기성용, 박주영, 이청용 등 개성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후배 선수들도 많았고, 이영표·이운재·김남일·이동국·안정환 등 박지성보다 선배인 스타들도 다수 있었다. 그만큼 선수단의 구성도 다양했고, 각자의 개성과 생각 역시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자신의 위상이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선후배와 소속 리그를 가리지 않고 동료들의 신뢰를 얻으며 대표팀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박지성은 베테랑과 신세대, 유럽파와 K리거를 두루 아우르며 팀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대표팀 역시 모든 갈등에서 자유로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박지성은 서로 다른 개성과 배경을 지닌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며 팀의 결속력을 높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러한 리더십은 박지성이 지금까지도 이상적인 주장상의 모범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감독·협회 탓만 언제까지? 선수들도 달라져야
태극마크에는 단지 개인만의 명예나 자부심을 넘어 국가와 국민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따른다. 지금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다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향과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갈등의 골을 좁히기 위해서는 소통과 양보, 존중이 필요하다.
지난 북중미월드컵의 실패나 지금 한국축구를 향한 불신은 단지 감독과 협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여론의 화살은 알고보니 선수들에게도 그동안 문제가 많았다는 여론이 점점 팽배하고 있다. 이는 선수들이 스스로 자초한 비판이다. 선수들도 협회나 환경 탓을 하기 전에 책임감을 가지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다.
당장 11월 A매치 2연전에서는 '임시감독'인 모레노 감독의 거취가 결정된다. 그리고 2027년 1월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도 대표팀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한국축구에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럴때일수록 고참급 선수들이 자존심과 감정을 내려놓고, 서로 더 소통하고 한 발씩 양보하면서 해법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출처: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