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창의 DNA 이어받은 라니 창 "내 꿈도 프랑스오픈 우승"...이미나 꺾고 이덕희배 8강
1일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테니스장 센터코트에서 한국의 이미나와 경기 중인 라니 창'아시아계 테니스의 전설' 마이클 창의 장녀, 라니 창(미국)이 아버지가 정상에 섰던 프랑스오픈 우승을 자신의 꿈으로 내걸었다.제25회 WT 이덕희배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J200)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라니 창은 1일 강원도 춘천시 송암...

'아시아계 테니스의 전설' 마이클 창의 장녀, 라니 창(미국)이 아버지가 정상에 섰던 프랑스오픈 우승을 자신의 꿈으로 내걸었다.
제25회 WT 이덕희배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J200)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라니 창은 1일 강원도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테니스장에서 열린 여자단식 2회전에서 이미나를 6-1 6-1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여자단식 1번 시드, 복식 3번 시드를 받은 창은 단복식 모두 2회전을 통과하며 순항하고 있다. 단식 8강에서는 7번 시드 이로카와 나츠키(일본)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창은 이덕희배 2회전에서 흥미로운 인연의 상대와 만났다. 이날 창과 맞붙은 이미나는 한국 남자 테니스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이형택의 막내딸이다. 마이클 창과 이형택, 두 레전드의 2세가 25년의 시간을 넘어 춘천의 코트에서 맞대결을 펼친 셈이다.

마이클 창과 이형택은 현역 시절 실제로 네트를 사이에 두고 승부를 벌였다. 2001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대회에서 이형택이 당시 세계 정상급 선수였던 마이클 창을 6-4 7-6으로 꺾었다. 이후 2015년 한국에서 열린 기아 챔피언스컵에서는 복식 파트너로 같은 편에 서기도 했다.
아버지 세대의 인연을 알고 있었던 라니 창에게도 이날 경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창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이미나의 아버지와 그가 남긴 업적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며 "그의 딸과 경기하고 이런 대결을 하게 된 것이 멋진 일이었다. 오늘 내 경기에도 정말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마이클 창의 테니스 DNA
2010년 12월생인 창은 이제 만 15세다. 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는 일찍부터 묵직한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바로 '마이클 창의 딸'이다.
아버지 마이클 창은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른 미국 테니스의 전설이다. 특히 1989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에서 17세 109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남자단식 최연소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세웠다. 통산 34개의 ATP 투어 단식 타이틀을 달성했고 2008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어머니 앰버 류 역시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NCAA 디비전 1 단체전 3회, 개인전 2회 정상에 오른 실력자다.

그야말로 테니스 가족에서 태어난 창에게 테니스는 어린 시절부터 생활의 일부였다. 특히 아버지가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를 지도하던 시절 세계 각국의 투어 현장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최고 수준의 테니스를 가까이서 접했다.
창은 "아버지가 니시코리를 지도할 때 성장한 것은 정말 놀라운 어린 시절의 경험이었다.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함께 여행하고 메이저 대회에도 갔다"며 "그 경험이 테니스에 대한 내 열정을 키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머니 역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지지해 준다. 이보다 더 좋은 어머니는 없을 것"이라며 "코트 안팎에서 부모님의 경험을 모두 접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경험도 창에게는 특별한 자산이다. 창은 아버지가 지도했던 니시코리와 현재 지도 중인 러너 티엔(미국)을 자신의 테니스에 큰 영향을 준 선수들로 꼽았다.
"그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경기에 임하는 모습과 코트에서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고의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고, 내 테니스에 대한 열정에도 큰 영향을 줬다."

특별하게도 올해 은퇴를 선언한 니시코리가 같은 날 은퇴전을 치렀다. 일본에서 열린 재팬오픈 1회전에서 프랜시스 티아포(미국)에게 4-6 4-6으로 졌다. 프로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였다. 창은 "(니시코리와) 지금도 연락하는 사이다. 아버지가 니시코리의 은퇴식에서 연설을 한다. 나도 이번 대회가 끝나면 일본에 갈 예정이다"고 했다.
하지만 전설적인 선수의 딸이라는 사실이 언제나 편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유명세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창은 웃지 못할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어렸을 때는 사람들이 아버지를 알아보면 확실히 부담을 더 느꼈다. 한 번은 대회에서 내가 곧 상대해야 할 선수가 경기 직전에 아버지에게 사인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며 "그때는 조금 긴장됐지만 이제는 그런 상황에도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목표는 세계랭킹 1위와 프랑스오픈 우승
그가 코트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결국 '마이클 창의 딸'이 아닌 선수 라니 창의 테니스다.
창은 자신의 플레이를 한마디로 "공격적"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강하게 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샷을 구사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읽은 뒤 그에 맞게 경기 방식을 바꾸는 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테니스다.
"나는 샷을 다양하게 섞어 치는 것을 좋아한다. 네트 건너편에서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속 살피면서 그에 맞춰 적응하려 한다. 최근에는 특히 서브 훈련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데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다."
이번 대회 1번 시드라는 위치도 15세 선수에게는 부담이 될 법하지만 창은 오히려 그 압박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압박감과 자신감, 두 가지가 모두 있다. 나는 압박감 속에서도 경기를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며 "시드를 받았든 받지 않았든, 랭킹이 어떻든, 상대가 누구든 코트에 나가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는 것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그런 태도에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2위와 그랜드슬램 우승을 경험한 아버지가 딸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놀랍게도 '승리' 자체가 아니었다.
창은 "아버지가 가르쳐 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코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것이 한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테니스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고, 한 경기의 승패가 인생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에는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테니스를 하든, 내 동생처럼 골프를 하든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신다.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와일드카드를 받아 US오픈에서 첫 주니어 메이저 무대를 경험하면서도 같은 교훈을 얻었다. 관중석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바라보던 아이가 이제 직접 그랜드슬램 코트에 선수로 선 것이다.
창은 "본선에서 경기 할 때 확실히 긴장했다. 스타디움 코트에서 경기하는 것은 정말 특별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결과를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경쟁할 준비를 하면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올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도 본선을 밟은 창은 이제 막 세계 주니어 톱50위에 올랐다.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지만 꿈이 큰 만큼 아직 갈 길도 멀다.
"이번 이덕희배에서는 끝까지 가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인 꿈은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나는 클레이코트에서 경기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1989년 파리의 클레이코트에서 17세 마이클 창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 딸은 이제 자신의 이름으로 같은 무대를 꿈꾸고 있다.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테니스를 시작했지만 목표는 '마이클 창의 딸'로 남는 것이 아니다. 세계 주니어 정상과 프로 무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세계 테니스에 새기는 것. 춘천에서 만난 15세 라니 창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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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테니스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