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빗물로 젖은 도요하시의 7회…벤치도 움직인 곽빈의 간절함
곽빈이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일본과의 경기, 7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동점타 허용 후 교체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도요하시|강윤중 선임기자[스포츠경향 안승호 기자] 지난 27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열린 도요하시 구장. 최원...

[스포츠경향 안승호 기자] 지난 27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열린 도요하시 구장. 최원호 야구대표팀 투수코치는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불펜투수를 준비시켜놓고 마운드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선발 곽빈(두산)은 7회 1사 1루까지 실점 없이 일본 타선을 틀어막으며 120%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투구수가 103개에 이르러 있었다.
마운드에서 짧은 대화가 이어지던 중에 곽빈이 본인 의사를 명료하게 밝혔다. “이번 이닝까지 제가 막고 싶습니다.”
지난 28일 기자가 전화 인터뷰를 한 최원호 코치에 따르면 대표팀 벤치에서는 7회 시작과 불펜투수를 기용할 준비를 해놨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최원호 코치와 “6회를 보고 판단하자”고 정리를 한 뒤 불펜 투입 순서도 다듬었다. 그런데 곽빈이 6회까지 공 11개로 가볍게 이닝을 마치면서 구위에도 편차가 없자 7회 흐름을 보면서 교체 타이밍을 잡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곽빈은 간절했다. 1-0이라는 살얼음 스코어 때문에 쉽게 마운드를 내려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다음 투수가 떠안을 짐을 조금이라도 줄여놓으려는 책임감을 모두 담아 전한 의지에 대표팀 벤치는 7회까지 맡길 수 있으면 맡기되 실점하는 순간까지는 교체 카드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곽빈은 곧바로 2안타를 맞고 1-1 동점을 허용했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코스 안타 2개였다. 운이 조금 따랐다면 유격수 김주원 또는 3루수 김도영 글러브에 걸려 병살 처리도 가능한 타구 속도였지만 한국 대표팀에게는 타구 방향이 아쉬웠다.
곽빈은 비를 맞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빗물에, 또 눈물에 젖었다. 결승전 마운드에 오르면서 가슴에 품고 있던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류지현 감독도, 최원호 투수코치는 곽빈의 투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곽빈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대표팀 전체 분위기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1-1이던 8회초 2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지만 이날 경기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7회 위기를 1실점으로 눌렀기 때문이었다. 곽빈이 내려간 뒤 올라온 조병현(SSG)이 연이은 삼진으로 7회를 막으면서 대표팀은 심리적 대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벤치에서 대표팀 불펜 카드로 잡아놨던 좌완 김진욱(롯데) 대신 조병현, 박영현(KT)를 경기를 끝낸 것은 경기 흐름이 너무도 다급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1점차 리드,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자기 공을 던지는 적응력으로는 소속팀에서 마무리로 뛰는 조병현과 박영현을 능가할 카드가 없었다. 조병현과 박영현은 대표팀 벤치 의도에 부응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은 금메달 5연패라는 수확과 함께 숙제도 남겼다. 그러나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선물 하나는, 새 에이스의 등장이었다. 곽빈은 그에 걸맞은 구위와 체력, 기술 그리고 에이스의 품격과 책임감을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안승호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