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후 쏟아진 실망과 분노, 그래도 찾아오는 팬들에게 물었다 “왜 한국 축구를 응원하시나요?”
22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오픈트레이닝데이를 찾은 팬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박찬기 기자[스포츠경향 천안 | 박찬기 기자] “선수들은 항상 응원해야 하니까요.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습니다.”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과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안긴 한국 축구. 냉정히 외면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팬들은 여전히 응원과...

[스포츠경향 천안 | 박찬기 기자] “선수들은 항상 응원해야 하니까요.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습니다.”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과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안긴 한국 축구. 냉정히 외면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팬들은 여전히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한국 축구가 쓰라린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간절한 믿음 때문이다.
22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은 팬들이 함께하는 오픈트레이닝데이로 진행됐다. 전날 손흥민(LAFC),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첫날 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까지 가세한 가운데, 이날 밤 합류한 김민수(레인저스)를 뺀 29명이 모였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앞서 선착순으로 모집한 참가 신청이 오픈한지 불과 0.04초 만에 마감됐다고 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하는 대표팀을 응원하고, 함께하기 위한 팬들의 뜨거운 성원이 천안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날 코리아풋볼파크에는 전국 곳곳에서 발걸음을 한 팬들로 장사진이었다. 아직 햇볕이 뜨거운 날씨였음에도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고 설레는 만남을 기다렸다.
팬들 중에는 손흥민과 이강인을 응원하러 온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훈련장 밖에서부터 두 선수의 유니폼을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던 팬들은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는데, 정작 환호성은 없었다. 팬 지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손흥민과 이강인이 전날 늦게 입소해 훈련장 반대편에서 사이클을 타며 회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40분가량 사이클을 타던 손흥민이 물을 마시기 위해 벤치 쪽으로 오자 많은 여성 팬들이 “손흥민!”하며 함성을 질렀다. 토트넘 시절 손흥민의 유니폼을 입은 아이 팬들도 “손흥민 선수”. “손흥민 삼촌”이라고 소리쳤다. 이를 본 손흥민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홍명보 전 감독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정몽규 전 회장 역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지성, 이영표 등 축구인들을 중심으로 한 K-축구혁신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서둘러 수습에 나섰음에도 불신으로 가득 찬 여론의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팬들은 다시 시작하는 한국 축구, 그리고 선수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파주에서 온 신재영 씨(39)는 “선수들은 항상 응원해야 한다.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다. 그게 팬들이 할 일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부부 팬은 “대표팀은 언제나 응원하게 된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모레노 감독에 대한 기대도 크다. 두 아이를 데리고 훈련장을 찾은 천안 시민 이지명 씨(36)는 “한국 축구에서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전술이다. 그 부분에 유능한 감독이 왔으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여수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최재용 씨(29) 또한 “기사나 유튜브 등으로 찾아봤는데 전술 역량이 뛰어난 분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팬들의 바람은 하나다. 한국 축구가 이전의 실패와 과오를 씻고, 다시 한번 비상하길 원하는 마음이다. 한 팬은 “솔직히 월드컵에서 선수들한테도 크게 실망했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데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먹을 굳게 쥐었다.
팬들은 아직 등을 돌리지 않았다. 이제 선수들이 이 믿음을 경기장에서 보답할 차례다.
천안 | 박찬기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