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9등 하라고 그랬는데, 이제 모두가 응원한다… 승리의 질이 다르니까
▲ 후반기 들어 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거듭나며 질 좋은 승리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둬가고 있는 SSG ⓒSSG랜더스[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스타트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SSG는 선발진의 붕괴, 그로 인한 불펜의 연쇄 붕괴에 추락했다. 창단 이후 최악이었던 13연패 기간이 있었고, 그 결과 6월 19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스타트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SSG는 선발진의 붕괴, 그로 인한 불펜의 연쇄 붕괴에 추락했다. 창단 이후 최악이었던 13연패 기간이 있었고, 그 결과 6월 19일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9위까지 떨어졌다.
포스트시즌 희망을 살리려면 이 시점에서 반등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근본적인 문제가 곪은 상황에서 마법을 부리기는 어려웠다. 연패가 길어지고, 어쩌다 가끔 이기는 패턴이 이어지면서 7월 21일 리그 최저점인 승률 0.364를 찍었다. 8위보다는 10위가 더 가까웠던 시기다. 2007년 이후 단 한 시즌(2020년)을 제외하면 6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 이 팀의 자존심에 심한 생채기가 났다.
SSG는 이 시점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포기한다. 승패마진이 벌써 -24였다. 남은 기간 이를 만회한 사례는 KBO리그 역사 전체를 따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간판 타자인 최정마저 고관절 수술로 시즌을 접은 가운데, SSG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내년을 바라본 플랜을 가동하기로 했다.
팬들은 어설픈 순위 상승보다는 차라리 9위가 낫다고 봤다. 잠깐 굴욕적일 수는 있어도, 202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급 유망주 하나를 건질 수 있는 순위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어설픈 3~4순위 지명권으로는 대어를 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차라리 확실한 9위가 팀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다. 자포자기가 아닌, 냉정한 현실 분석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SSG의 승률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시즌을 포기하고 내년을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승률이 더 좋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7월 22일부터 9월 21일까지 SSG는 41경기에서 26승13패2무(.667)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SG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구단은 현재 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KT(.692)가 유일하다.
처음에는 이 승률 향상,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순위 상승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시각도 있었다. 어차피 포스트시즌에 못 가는 것, 7위보다는 9위가 낫다는 목소리는 분명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팀이 최선을 다하는 것에 박수를 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누군가의 자리를 위해,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짜내는 무리한 운영이 아닌 내년을 바라보면서도 성적이 향상되는 ‘질 좋은 승리’가 이어지는 까닭이다.
우선 마운드가 많이 안정이 됐다. SSG는 이 기간 41경기에서 3.79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이 기간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1위 KT(3.60)와도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전 91경기에서 SSG가 기록한 팀 평균자책점은 5.88로 리그 최하위였다.

내년 반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던 선발진의 안정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고무적인 대목이다. 새 외국인 투수 페드로 아빌라가 엄청난 역투로 팀 마운드를 이끌고 있고, 고졸 신인 김민준의 호투도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아빌라는 7월 22일 이후 선발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2, 김민준은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0의 역투를 이어 갔다. 여기에 시즌 중 선발 전향을 시도한 이로운이 3경기에서 모두 잘 던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안겼다.
선발이 안정되면서 불펜도 한숨을 돌리고 팀 승리를 차분하게 지키고 있다. 베테랑 노경은이 무릎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지만 조병현 김민 전영준 문승원 이건욱 등 불펜 투수들이 각자의 몫을 잘하고 있다. 내년에 돌아오는 김광현까지 고려하면, 외국인 선수만 잘 뽑으면 마운드가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에는 충분한 표본이 만들어지고 있다.
타선에서도 박성한이 절정의 활약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전의산 고명준 등 팀이 기대하는 중·장거리 거포들이 재능과 희망을 그라운드에 새기고 있다. 올해 시즌 막판 부지런히 실험을 거치고 있는 선수들 또한 긍정적이다. 견적을 한 번 내볼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내년 준비를 먼저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포스트시즌 진출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시즌이 무의미하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우승 DNA가 있는, 어떤 상황에서도 체면 구기는 시즌은 보내지 않는 팀의 저력을 다시 확인한 이상, 이제는 순위에는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

출처: 스포티비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