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큰일 날 뻔했네요. 이젠 3연패까지 도전"…두 번 울었던 심시연, 세 번째 장호배 결승은 웃었다
제70회 장호 홍종문배 주니어테니스대회 여자단식에서 두 차례 준우승 끝에 처음 정상에 오른 심시연이 윤용일 토너먼트 디렉터이자 대한테니스협회 미래국가대표 전임 감독의 축하를 받으며 우승 트로피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테니스코리아"정말요? 큰일 날 뻔했네요." 심시연(16·춘천시TA)은 경기 뒤 필자가 전한 얘기에 깜짝 놀...

"정말요? 큰일 날 뻔했네요."
심시연(16·춘천시TA)은 경기 뒤 필자가 전한 얘기에 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날 결승에서 졌다면 장호배에서 남녀를 통틀어 처음으로 3년 연속 준우승을 기록할 뻔했다는 말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런 기록은 남지 않았습니다. 대신 '2전3기'의 첫 우승이라는 더 기분 좋은 기록을 썼습니다.
여자부 1번 시드 심시연은 18일 서울 중구 장충 장호테니스장에서 열린 제70회 장호 홍종문배 주니어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2번 시드 이예린(15·군위중)을 3시간 넘는 접전 끝에 2-1(7-5 4-6 7-5)로 꺾었습니다. 2024년과 지난해 두 차례 연속 결승에서 이서아에게 패했던 심시연은 세 번째 결승에서 마침내 우승컵을 품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만난 심시연은 "1번 시드라는 부담감보다는 1번 시드답게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에는 꼭 우승하겠다"고 했습니다. 언니들을 쫓던 선수에서 이제는 동생들의 도전을 받는 위치가 된 만큼 말에서도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공교롭게도 대회가 개막한 15일은 심시연의 16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생일날 첫 승을 거두며 출발한 대회를 사흘 뒤 우승으로 끝낸 셈입니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심시연은 대회 초반부터 발바닥에 잡힌 물집 때문에 고전했습니다. 결승에서도 통증이 이어져 경기 도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해 발바닥에 테이핑을 한 뒤 다시 코트에 섰습니다.
첫 세트를 7-5로 잡았지만 2세트를 4-6으로 내줬습니다. 마지막 세트에서도 5-5까지 팽팽했습니다. 두 차례나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기억이 떠오를 법한 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승부처에서 상대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켜냈습니다.
우승했어도 심시연은 아직 고칠 게 많다고 했습니다. 특히 첫 서브 성공률을 높이고 발리와 네트 플레이를 더 보완해야 한다고 스스로 과제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장호배에서도 강력한 서브는 최대 무기였지만 더블폴트와 정확도는 숙제로 지적됐습니다.
그래도 1년 전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뚜렷합니다. 올해 4월에는 인도 푸네에서 열린 J300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습니다. 높은 등급의 국제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 경쟁력도 확인했습니다.
1984년과 1985년 장호배 여자부를 2연패했던 김일순 대한테니스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부위원장(디그니티 아카데미 원장)도 심시연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심시연의 플레이를 지켜본 뒤 "파워 넘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원장은 장호배 우승 뒤 세계 무대로 진출했던 한국 여자테니스의 대표적인 선배 가운데 한 명입니다.
심시연은 현재 요넥스코리아로부터 라켓과 의류, 신발 등 경기 용품을 후원받고 있습니다. 좋은 신체 조건에서 나오는 공격적인 테니스가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코트 밖에서도 뜻깊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한국 여자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의 모임인 '마당회' 회원들이 심시연과 함께했습니다. 마당회는 오랫동안 이덕희배 국제주니어대회 운영을 돕는 등 한국 여자테니스의 후배 육성에 힘을 보태 온 모임입니다. 장호배 기간에도 자원봉사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16세의 새 장호배 챔피언이 국가대표 선배들 사이에 섰습니다.
우승의 기쁨을 오래 누릴 틈도 없습니다. 심시연은 19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합니다. 다음 무대는 21일부터 27일까지 우쓰보테니스센터에서 열리는 오사카 시장배 월드 슈퍼주니어 J500입니다. J500은 주니어 그랜드슬램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최상위급 국제주니어대회입니다.
윤용일 대한테니스협회 미래국가대표 전임감독은 "작년보다 많이 성장했고 올해 J300도 우승했다"며 "현재 주니어 세계랭킹 68위인데 고3 선수들이 빠지면 40위권까지 올라갈 수 있어 그랜드슬램 본선 출전도 가능하다"고 기대했습니다.
고교 1학년 나이인 심시연에게는 장호배에 두 번 더 출전할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첫 우승을 했으니 목표도 더 커졌습니다.
"앞으로 두 번 더 나와서 3연패까지 해보고 싶어요."
두 차례 준우승을 딛고 얻은 첫 우승. 그리고 우승 바로 다음 날 다시 세계 무대를 향합니다. 심시연에게 이번 장호배 우승컵은 지난 두 번의 아쉬움에 찍은 마침표이면서, 내년 더 큰 무대로 향하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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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테니스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