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보는 일본 팬 마음이 이런걸까...'톱타자' 김도영, 어라? 이거 좀 기대되네

오타니 보는 일본 팬 마음이 이런걸까...'톱타자' 김도영, 어라? 이거 좀 기대되네

출처:KIA 타이거즈(MHN 정철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를 1번 타자로 보는 일본 팬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류지현 감독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꺼내 든 ‘김도영 1번’ 카드가 묘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전통적인 야구의 시선으로 보면 팀에서 가장 폭발적인 장타력을 가진 타자를 1번에 배치하는 것은 낯선 선택이다. 그러...

출처: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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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정철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를 1번 타자로 보는 일본 팬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류지현 감독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꺼내 든 ‘김도영 1번’ 카드가 묘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전통적인 야구의 시선으로 보면 팀에서 가장 폭발적인 장타력을 가진 타자를 1번에 배치하는 것은 낯선 선택이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답은 간단해진다. 가장 잘 치는 타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타격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LA 다저스가 오타니를 톱타자로 활용하는 이유와 류 감독이 김도영을 가장 앞에 세운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난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상무와 아시안게임 개막 전 마지막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결과보다 타순이었다. 류 감독은 김도영을 1번·3루수로 내세웠다. 문현빈-노시환-문보경-김주원-박준순-조형우-박재현-김지찬이 뒤를 이었다. 대만과 일본이 보유한 강력한 좌완 선발투수를 겨냥한 실전 테스트였다. 특히 21일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만나는 대만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그 중심에 김도영이 있다. 김도영은 소속팀에서는 중심타선에 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타자다. 홈런과 장타를 기대할 수 있고 주자를 불러들이는 능력까지 갖췄다. 전통적인 관점이라면 3번이나 4번이 더 어울린다. 그런데 류 감독은 그런 김도영을 가장 앞에 세웠다.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타격 페이스를 보여주는 선수에게 최대한 많은 타석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출처: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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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가 오타니를 사용하는 방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다저스에는 좋은 타자가 넘친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오타니를 1번에 배치하는 선택을 해왔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중시하는 것은 ‘1번 타자는 출루형, 중심타자는 장타형’이라는 오래된 구분보다 좋은 타자에게 최대한 많은 타격 기회를 주는 것이다. 경기당 한 타석의 차이는 작아 보여도 시즌 전체로 넓히면 엄청난 차이가 된다. 단기전에서도 가장 좋은 타자에게 한 번의 승부 기회를 더 주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김도영 1번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오타니와 김도영을 같은 유형의 타자라고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타순을 설계하는 방식은 닮았다. 류 감독은 “김도영이라는 현재 가장 좋은 페이스를 가진 선수가 한 경기에 다섯 번 정도 타석에 나간다면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1번이라는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김도영에게 최대한 많은 타석을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김도영이 얼마 전 비골 골절이라는 큰 변수를 겪었다는 점이다. 얼굴에 타구를 맞아 수술까지 받았지만 빠르게 돌아왔고 타격 페이스도 떨어지지 않았다. 류 감독이 그런 김도영을 중심타선에 숨겨두기보다 아예 첫 번째 타자로 내세웠다는 것은 현재 컨디션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몸 상태에 대한 불안보다 김도영의 방망이를 한 번이라도 더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출처:M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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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입장에서는 대만전이 특히 중요하다. 단기전에서 첫 경기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이후 일정 전체가 꼬일 수 있다. 결승전을 제외하면 가장 부담스러운 승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이 좌완 선발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류 감독이 마지막 연습경기부터 맞춤형 타선을 가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도영 1번의 진짜 재미는 첫 타석이 끝난 뒤부터 시작된다. 류 감독의 설명대로 타순이 한 바퀴 돌면 8번 박재현과 9번 김지찬이 사실상 테이블세터가 된다. 두 선수가 출루하면 그다음 타석에 김도영이 등장한다. 기록지에는 1번 타자지만 경기 중반부터는 사실상 3번 타자처럼 움직이는 구조다. 김도영에게 많은 타석을 주면서 동시에 해결사 역할까지 맡길 수 있다.

바로 이 장면이 기대된다. 박재현과 김지찬이 살아나가고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선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김도영은 단타 하나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전형적인 톱타자가 아니다. 한 번의 스윙으로 2루타와 3루타, 홈런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 장타 하나가 나오면 경기의 흐름을 단번에 가져올 수 있다.

선두타자로 나왔을 때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도영이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는 곧바로 그의 발까지 신경 써야 한다. 장타를 막았다고 승부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볼넷이나 단타로 내보내도 다음 순간 득점권 진출을 걱정해야 한다. 전통적인 톱타자가 출루 능력으로 상대를 흔든다면 김도영은 장타와 주루를 동시에 앞세워 첫 타석부터 상대 배터리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출처:M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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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1번 타자로 등장하는 순간 상대가 느끼는 압박도 비슷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가장 위험한 타자를 상대해야 하고, 경기 막판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에게 한 번 더 타석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진다. 1번 타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바꿔놓는 방식이다. 출루만 잘하는 타자가 아니라 경기에서 가장 위험한 타자를 가장 많이 등장시키는 것이 현대 야구의 또 다른 타순 설계가 됐다.

김도영에게도 홈런을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1번으로 나선다고 해서 장타 욕심을 버릴 필요도 없다. 오히려 류 감독이 원하는 것은 김도영이 자신의 가장 강한 공격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출루를 위해 타격 스타일을 바꾸는 1번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하는 타격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1번이다. 홈런을 칠 수 있다면 첫 타석부터 홈런을 치면 된다. 뒤에 주자가 없다면 스스로 한 점을 만들면 되고, 타순이 돈 뒤 박재현과 김지찬이 출루해 있다면 장타 한 방으로 여러 점을 가져오면 된다.

그래서 ‘김도영 1번’은 단순한 깜짝 카드가 아니다. 대표팀이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 무기를 어떻게 하면 한 번이라도 더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결과다. 특히 대만전처럼 한두 번의 찬스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경기에서는 가장 좋은 타자에게 돌아가는 타석 하나가 승패를 바꿀 수도 있다.

류 감독은 상대 투수와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타순을 계속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김도영 1번 역시 아시안게임 내내 고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실제로 이 카드를 시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만전에서 충분히 꺼내 들 수 있는 선택지가 됐다.

결국 관건은 김도영의 방망이다. 1번이라는 숫자에 자신을 맞출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가장 강하게 칠 수 있는 공을 기다리고, 기회가 오면 장타를 만들어내면 된다. 박재현과 김지찬이 만들어 놓은 밥상을 김도영이 해결하는 장면까지 나온다면 류 감독이 그린 타순의 그림은 완성된다.

경기 시작을 기다리면서 가장 먼저 보고 싶은 타자가 가장 좋은 타자라면 그것만큼 팬을 설레게 하는 타순도 없다. 다저스 팬들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오타니의 타석을 기다리는 것처럼 한국 팬들도 첫 타석부터 김도영을 볼 수 있다.

김도영이 1번이다. 생각할수록 은근히 기대되는 카드다.

출처: MHN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