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일본처럼?”…폭염에 흔들린 K리그, 영국도 주목한 ‘추춘제’ 논쟁
지난 8월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김해FC 2008의 경기에서 김해 이강우가 쿨링 브레이크를 이용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영국 언론까지 K리그의 ‘추춘제’ 전환 가능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한국 프로축구의 경기 일정까지 흔들면서, 여...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영국 언론까지 K리그의 ‘추춘제’ 전환 가능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한국 프로축구의 경기 일정까지 흔들면서,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유럽처럼 가을에 시즌을 시작해 이듬해 봄에 끝내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4일 ‘견디기 힘든 여름 뒤 겨울 시즌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 축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K리그의 시즌제 개편 논의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무더위 속 경기장에서 관중이 쓰러지고 선수들이 땀에 젖은 채 경기해야 하는 현실을 소개하면서 한국도 일본에 이어 유럽식 일정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K리그 지도자 2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0% 이상이 현재의 3∼11월 방식 대신 유럽처럼 8월 말 또는 가을에 시즌을 시작해 이듬해 봄에 끝내는 방식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울에는 휴식기를 두는 형태다.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심해지는 여름 더위다. 올여름 경남 양산의 기온은 지난달 2일 42.5도까지 올라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도 밤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17일 연속 이어졌다. 경기장에서는 더위를 견디지 못한 관중이 쓰러졌고, 현장에서는 무더위가 선수들의 경기력과 경기의 질까지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 변화 속도도 빠르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기온은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0.9도 상승했다. 앞선 약 100년 동안 상승 폭이 1.9도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최근 변화 속도가 상당히 가파르다.
추춘제로 전환하면 이적시장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유럽 주요 리그는 여름에 대규모 이적시장이 열린다. K리그도 유럽과 시즌을 맞추면 선수 영입과 해외 이적 시기를 조정하기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역시 2023년부터 추춘제로 바뀌어 K리그가 국내 일정과 아시아 클럽대항전을 동시에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J리그가 먼저 움직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봄에 시즌을 시작해 가을에 끝내던 J리그는 올해부터 추춘제로 전환했다. 일본에서는 유럽과 이적시장 시기가 맞지 않아 젊은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적료에 유럽으로 떠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즌을 유럽과 맞추면 선수 거래와 리그 운영 모두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전환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
가디언은 일본의 선택이 한국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봤다. 특히 새 시즌을 앞둔 일본 축구계가 긴 중단 기간으로 인한 입장 수입 감소와 흥행 저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일본의 추춘제가 흥행과 수익 면에서 성공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리그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겨울이다.
여름 무더위를 피하더라도 영하권의 한겨울 경기 역시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부담이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중부 지방은 일본의 상당수 지역보다 겨울 기온이 낮다. K리그1은 정규리그와 파이널 라운드를 합쳐 팀당 38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일정 조정도 간단하지 않다.
다만 기후 변화는 역설적으로 겨울 일정에 일부 여유를 줄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국내 여름은 과거보다 25일 길어진 반면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겨울 휴식기를 과거 예상만큼 길게 잡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있다. 대신 폭염이 심한 한여름에 긴 휴식기를 두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전환 시점으로는 2030년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시즌제를 바꾸는 과정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2월부터 5월까지 별도의 짧은 전환 시즌을 운영했다. 한국 역시 2030년 월드컵 전후를 활용해 비슷한 형태의 과도기를 두면 기존 춘추제와 새로운 추춘제 사이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
K리그만의 고민도 아니다.
폭염으로 경기 일정을 다시 고민하는 종목은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인도 프리미어리그(IPL)는 5월 더위가 심해지면서 기존 3∼5월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르 드 프랑스도 올여름 폭염과 산불로 관중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기 시간대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디언은 이런 흐름을 소개하며 한국 축구 역시 앞으로 ‘유연한 일정 운영’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K리그의 추춘제 논의는 더 이상 국내 축구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먼저 움직였고, 영국 언론도 한국의 선택을 관심 있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혹서기의 더위와 혹한기의 추위 사이에서 선수 안전과 경기력, 팬 편의, 흥행, 이적시장 경쟁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가 빨라질수록 지금의 3∼11월 일정이 과연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스포츠경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