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 믿고 그냥 날려버려”… 주문 되뇌는 18세 골프 소녀
양윤서가 2월 열린 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샷을 한 뒤 공의 방향을 지켜보고 있다. 2023년부터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올리다가 올해 정식 국가대표가 된 양윤서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대한골프협회 제공“길은 이미 정해져 있어. 너를 믿고 그냥 쳐.”여자 골프 국가대표 양윤서(18)...


“길은 이미 정해져 있어. 너를 믿고 그냥 쳐.”
여자 골프 국가대표 양윤서(18)는 6월 열린 내셔널 타이틀 한국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내내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요동치는 심장을 고요하게 만드는 자신만의 주문이었다. 열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뒤 매일 ‘골프 오답 노트’를 써온 양윤서에게 혼잣말은 스스로 찾은 멘털 관리법이다.
아마추어 양윤서는 쟁쟁한 프로 언니들과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결국 2위를 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승을 올리며 신인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민솔(20)에게 한 타 뒤졌다.
양윤서는 2월엔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선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IG 여자 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셰브런 챔피언십 출전권을 획득한 양윤서는 세 대회 모두 컷을 통과했다.
어린 나이에도 국내외에서 프로 선수들과 경쟁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노트에 차곡차곡 기록한 양윤서의 시선은 이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 남서울CC에서 만난 양윤서는 “한국여자오픈과 LPGA투어 메이저대회들을 치르고 나니까 이젠 어지간한 대회에선 떨리지도 않는다”며 웃은 뒤 “아시안게임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내 플레이를 펼칠 자신이 있다. 오랫동안 끊겼던 한국 여자 골프의 금맥을 다시 잇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 아마추어 선수들이 주로 출전하는 한국 여자 골프는 2014년 인천 대회 때 박결(30)이 개인전 정상에 오른 뒤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양윤서는 “목표를 작게 설정하면 결과도 그만큼 작아진다. 이번 대회에선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 금메달 2개를 모두 목에 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양윤서는 박서진(18), 김규빈(17)과 단체전을 함께한다.
양윤서의 별명은 ‘독종’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제 몸집만 한 캐디백을 메고 인천 집에서 경기 용인의 골프 연습장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은 딸의 훈련에 함께할 수 없었다. 양윤서는 “어릴 땐 부모님께 섭섭하기도 했지만 이젠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어른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혼자 정답을 찾으려 했던 게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국가대표팀에서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 훈련장을 오가는 선수는 양윤서밖에 없다. 김형태 골프 국가대표 감독(49)은 “노력은 양윤서를 따라갈 선수가 없다. 주말에도 대표팀 코치들을 모두 불러 훈련한다. 골프에 대한 태도는 프로 선수보다 더 프로답다”며 혀를 내둘렀다.
양윤서는 7월에 아시안게임 골프가 열리는 일본 아이치현의 가스가이 컨트리클럽에 다녀왔다. 세 차례 라운드를 한 양윤서는 “코스가 길지 않아서 난도가 높은 것 같지 않았다. 코스 공략만 잘하면 스코어가 잘 나올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윤서는 아시안게임에서 LPGA투어의 강자들을 넘어야 한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6위 인뤄닝(24·중국)이 대표적이다. 인뤄닝은 지난달 31일 끝난 LPGA투어 FM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투어 통산 6승을 기록 중이다. 전 세계랭킹 1위 쩡야니(37·대만)도 출전한다. 11년 9개월간 우승이 없었던 쩡야니는 지난해 10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위스트론 레이디스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양윤서는 17일 개막하는 K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나선다. 양윤서는 “프로 무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일본으로) 출국하고 싶다. 2등에 만족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양윤서는 27일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출처: 동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