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은 허상인가, 진짜 힘인가’…LG가 확인해야 할 폭염 브레이크 효과
후반기 최악의 흐름에서 찾아온 뜻밖의 휴식, LG 선수단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 쉬었다고 전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선발·불펜 불안에 주축 타선 침체까지 그대로 그래서 더 중요한 11일 키움전, 카라스코 앞세운 ‘또 하나의 개막전’ 반드시 잡아야 한다

(MHN 정철우 기자) 야구는 흔히 흐름의 경기라고 한다. 객관적인 전력만으로 모든 결과를 설명할 수 없는 스포츠가 야구다. 한번 상승세를 타면 좀처럼 질 것 같지 않은 팀이 만들어지고, 반대로 꼬이기 시작하면 이길 수 있었던 경기까지 놓치는 일이 반복된다. 그래서 야구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폭염 브레이크는 LG 트윈스에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다.
KBO리그는 전국을 뒤덮은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잠시 멈춰 섰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물론 관중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무더위가 심각해지자 경기를 중단했고, 팀에 따라서는 이전 경기 일정까지 포함해 최장 11일 동안 실전을 치르지 않았다.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이다. 특히 폭염 브레이크 이전까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잘나가던 팀에는 흐름이 끊긴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계속 내리막을 걷던 팀에는 반대로 좋지 않은 흐름을 강제로 끊어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대표적인 팀이 LG다.
LG는 폭염 브레이크 이전 후반기 최하위권 승률에 머물 만큼 크게 흔들렸다. 한때 선두 경쟁을 주도했던 팀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투타가 동시에 흔들렸고 한번 꼬인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패배가 또 다른 패배를 부르는 듯한 시간이 이어졌다.

때문에 LG 내부에서는 이번 휴식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 LG 선수들도 “안 좋은 흐름이 있었는데 휴식일이 생기면서 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다.
시즌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새로운 출발선을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전반기 개막전과 후반기 개막전에 이어 이번 폭염 브레이크 이후 첫 경기가 ‘제3의 개막전’으로 불리는 것도 그래서다. LG처럼 좋지 않은 흐름 속에서 멈춰 섰던 팀에는 더욱 개막전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야구에서 말하는 ‘흐름’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야구계 일각에서는 분위기나 흐름을 지나치게 확대해석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며칠 쉬었다고 약했던 전력이 갑자기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하고 머릿속을 정리할 수는 있지만 결국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선수들이 갖고 있는 경기력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LG가 처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선발진은 확실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불펜 역시 시즌 초반과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타선이다. 오스틴 딘과 몇몇 젊은 선수들을 제외하면 기존 주축 타자들의 존재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대 입장에서는 오스틴만 확실하게 봉쇄하면 LG 타선을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계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존 주축 타자들이 살아나야 한다. 이들이 계속 침묵한다면 아무리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고 마음을 다잡아도 LG의 경기력이 갑자기 달라지기는 어렵다.
폭염 브레이크가 LG의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선발진의 불안도 그대로이고 불펜의 부담도 사라지지 않았다. 타선의 침체 역시 휴식만으로 해결됐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갖고 있는 힘이 떨어져 있는데 단지 며칠 경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다른 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지나친 낙관론일 수 있다.
그래서 1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이 중요하다.
LG에는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니다. 폭염 브레이크가 실제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는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대다.

LG는 메이저리그 통산 112승을 거둔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선발로 내세운다. 카라스코는 이름값만 놓고 보면 KBO리그에서 보기 어려운 경력을 가진 투수다. 이미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경기까지 있다. LG가 ‘또 하나의 개막전’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 중 하나다.
결국 카라스코가 얼마나 버텨주느냐, 그리고 그동안 침묵했던 타선이 얼마나 힘을 보태느냐가 중요하다.
LG가 11일 경기를 잡는다면 폭염 브레이크는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선수들은 ‘정말 흐름이 바뀌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좋지 않았던 기억을 브레이크 이전에 남겨두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는 분위기도 만들어낼 수 있다.
야구에서 자신감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한번 승리가 시작되면 그동안 부담을 느꼈던 선수들이 조금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고, 그 작은 변화가 또 다른 승리로 연결되기도 한다. 결국 사람들이 말하는 ‘흐름’이라는 것도 이런 작은 성공들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반대의 경우는 훨씬 위험하다.
충분히 쉬었고 분위기를 바꿀 시간도 가졌다. 카라스코라는 확실한 선발 카드까지 내세웠는데도 폭염 브레이크 이전과 똑같은 문제를 노출하며 패한다면 선수단에 남는 감정은 기대보다 실망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럼 그렇지.’
가장 경계해야 할 분위기다.
브레이크 이전의 부진이 단순한 흐름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LG가 갖고 있는 전력 자체의 문제였다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쉬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선수단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반등은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흐름은 기다린다고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승리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LG가 폭염 브레이크를 반전의 계기로 만들고 싶다면 11일 키움전에서 그 출발점을 찍어야 한다. 카라스코가 마운드에서 중심을 잡고 침체했던 타선이 응답한다면 길었던 휴식은 LG에 정말 필요한 쉼표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면 폭염 브레이크는 그저 경기를 하지 않았던 며칠에 불과해진다.
흐름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 힘을 믿기 위해서라도 먼저 이겨야 한다는 점이다.
LG가 11일 고척에서 승리를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폭염 브레이크가 LG의 추락을 멈춰 세운 전환점이 될 것인지, 잠시 시간을 멈춰놓았을 뿐인지 확인할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출처: MHN스포츠





